지난해 연말부터 건강보험을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처럼 기금화 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예산처는 건강보험 재정의 조성과 운용에 대한 국제적 기준의 투명성 및 책임성 요구를 들며 건강보험재정 기금화 문제를 대두시키고,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한 중장기 전략적 자원 배분과 자율성 확대 및 성과관리제도를 적용하기 위해 기금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건강보험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과 제도의 입체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기금과 건강보험재정의 운용성격을 비교·확인해 봐야 한다.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기보험으로서 당기수지균형방식, 즉 월단위로 보험료 고지·징수 및 급여비 지급이 이루어지므로 국민연금과 같이 여유자금을 장기간 적립·운용함으로써 미래지출에 목표를 두고 있는 장기보험 방식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현재 건강보험재정은 정부의 관리감독과 국회의 국정감사, 감사원 등을 통해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예산처의 검토를 거쳐 국회의 심의를 받는다면 그야말로 불필요한 행정일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을 기금화하면 보험료와 수가변동, 보험적용을 받는 질환과 급여의 확대여부 등 건강보험과 관련된 주요 사안이 모두 국회의 심의대상이 되므로 사실상 국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아울러 건강보험재정의 기초가 되는 보험료, 수가, 급여범위 결정은 국가의 책임성보다는 전문가,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등 이해당사자간의 자율적 결정이 바람직하다.
기금이라는 것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조성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은 국민의 건강권 확보와 의료보장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만성적자에서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선 시점에 기금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현재 낮은 급여율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급여율을 8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당분간 재정운용잉여(예상)금은 보장성강화를 위해 급여확대정책에 우선 투입,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틀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