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써온 어문(語文) 즉 말과 글은 우리 민족의 혼이 담겼기 때문에 모두가 `사랑한 우리말`이다. 여기 이설(異說)은 있을 수 없다. `꾸미다`는 모양나게 매만져 차리다, 글 따위를 지어 만든다는 말인데, 그 용례는 위와 같은 긍정적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 흉계, 위계, 사술도 있을 만큼 풍부한 우리 어문이다. 그런데 그 방언이 `끼미다`이다. 고전소설 `됴웅뎐`도 읽었던 내 어머니는 내 얘들 셋 열 살 전후일 때 당시 TV드라마, 코미디를 보고 하도 많이 웃으니까 "그기 머그리 우습노. 다 `끼미`가 카는긴데···" 했다. 어머니 생전에는 무성영화 시대의 화상(畵像)도 한 번 접해보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내 초교 6학년일 때였다. 그 당시 어느 초교나 가을운동회 때는 졸업생 달리기와 이웃 학교도 참여하는 순서가 있었다. 새벽길을 걸어 성주초교에 가서 5명 1개조 달리기를 했는데 4등을 한 기억이 있다.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은 따로 있다. 유치원생의 유희(遊戱·그땐 무용을 그렇게 불렀다)를 봤는데 여자아이가 유희 동작에 따라 90도로 윗몸을 구부리니 짧은 치마 속에 입은 긴 바지가, 속살은 안 보였지만 민망(?)하게도 두 쪽으로 갈리는 것이다. 이른바 속어로 어른들이 입는 `소콧`인데 그 유치원생이 입은 바지는 `마루폭 바지`가 표준어이다. 풀이하면 저고리에 섶을 맨 것 같이 길게 헝겊조각을 덧댄 바지라는 말이었으며 특히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하는 여자아이에겐 편리했다한다. 지금은 폭소를 자아낼 일이지만 당시는 가볍게 웃고 넘겨 그 정경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곰비임비`는 계속 일이 일어나거나 물건이 거듭 쌓이는 모양이고, `까치 놀`은 석양일 때 멀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의 수평선에서 희번덕거리는 물결을 말하고, `과메기`는 눈이 꿰인 생선이라는 뜻의 관목어(貫目魚)에서 변형된, 청어·꽁치를 말린 고기이다. 바다 길을 걷던 한 선비가 눈이 꿰여 말린 청어를 발견하고 찢어 먹어보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고 한다. `감투밥`은 그릇 위까지 수북하게 담은 밥인데 먹는 것이 최상이었을 때 이런 말이 생겼을 것이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강다짐`은 밥을 물이나 국에 말지 않고 그냥 먹는다는 말이다. `꽃나이`는 여성의 젊은 나이를 말함인데 내 결혼하여 찍은 사진에 사전에도 없는 말인 줄 알고 `꽃아내`라 쓰긴 했지만 어엿이 등재돼 있어 머쓱한 일도 있다. `괘장`은 처음엔 제법 잘 하다가 갑자기 딴전을 부림을 말하고, `갓밝이`는 날이 밝을 무렵이고, `구입장생`은 겨우 밥벌이하여 살아간다는 순수 우리말이고, `꼽싸리`는 방언이지만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름이고, `곤죽`은 곯아서 썩은 죽이라는 뜻으로 밥이나 밥이 몹시 질어 질퍽질퍽함의 비유이고, `가시아버지`는 장인의 낮춤말인데 가시아비는 장인, 가시어미는 장모이다. 그러므로 `가시버시`는 부부의 낮춤말이다. `꼭두`는 사람 모양을 한 형상을 통칭하는 말인데 죽은 사람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안전하게 인도한다는 뜻으로 주로 상여(喪輿)에 붙였다. 이 어원은 중국 한나라 말에 유행하던 인형극에 나오는 `곽독(郭禿)`에서 유래됐다고 하고 이 단어가 한국에까지 전파되어 `꼭두`가 됐다 한다. `개락이다`는 많다는 뜻인데 소나기가 쏟아져 논밭 농작물이 물에 잠기면 `물개락`을 맞았다고 지난 날 어른들이 썼다. 그런데 4,5년 전 `말모이` 우리말 사전을 만든다고 수집하면서는 `게락···`으로 썼으니 혼란스럽다. `고리백정·장`은 고리버들로 고리짝이나 키를 만들던 사람인데 주로 천민들이 종사했기로 그들을 백정이라 했다. 때를 맞춰 할 것을 뒤늦게 하는 사람을 욕되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고리백정 내일 모래`라는 속담도 있는데 늘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또 빚을 갚지 않는 질긴 사람을 보고 `고리백정 같은 놈`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말한 `백정(白丁)`은 군역(軍役)을 시키기 위해 관에서 내린 최하 단위의 군호(軍戶)인데 상것(최하류 사람)으로 통용이 되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 `개잘량`은 방석처럼 깔고 앉기 위해 털이 붙어 있는 채로 만든 개가죽인데 비온날 흙탕물이 든 옷을 보고 어른들이 `개잘랭이`가 됐다고 꾸중을 했다. `똘기`는 덜 익은 과일의 순우리말인데, 전근대 도시史를 연구하는 어느 교수가 경복궁 시대의 근정전, 강녕전, 사정전 등의 이름을 `똘기`로 충만한 사대부들이 `개인적 각성을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려 했던, 그들의 욕망의 결과물`이라 비하하며 쓴 말이다. 그들은 학문에만 치우친 오만(?)은 아닐까···? `매장치기`는 장날마다 장보러 다니는 사람인데, 6·25 적치하일 때 그곳 경찰서장이 변복을 하고 거리에 나섰다가 인민군 검문에 걸렸다. 누구냐고 물으니 `나? 한달6장 매장치는 고무신 장수요`하여 검문을 모면했다 한다. `문리(文理)`는 문장의 조리, 문맥 등 이치를 깨달아서 글의 내용을 알다 또는 이치를 깨달아 안다이다. 세상 물정을 잘 알면 `···이제 문리가 터졌다` 한다. `붓방아`는 글 쓸 때에 생각이 미쳐 떠오르지 않아 붓을 대었다 띠었다 하는 짓인데, 명색이 글 쓴다는 사람이 이제야 알았으니 부끄럽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6: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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