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웁니다.
미안한 엄마는 화를 냅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높아만 갑니다.
엄마의 마음은 조각이 납니다.
................
“ 그 때 그 배 .....2000원만 했어도
사 줬을 텐데.....”
엄마는 오늘도
아무도 먹지 않는
배를 깎습니다.
‘그게 언젯적 일인데.....’
커버린 아이는
자꾸만 배를 사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쓰레기통에 다 오그든 배를
밀어넣던 아이가
손을 멈추고 배 하나를 집어듭니다.
완전히 말라 비틀어진 줄 알았는데
엄마의 눈물이 배어납니다.
아이는
오도카니 앉아
조각난 엄마의 마음을 씹었습니다.
너무
아려서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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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에게 줄 배를 깎습니다. 어릴 적 아이들이 그렇게도 사 달라고 조르던 배입니다. 그러나 배를 사 줄 형편이 안 돼서 사 주지 못했습니다. 이제 배를 사 주어도 아이는 더 이상 먹지 않습니다. 어릴 적의 그 배가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어 무의식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래도 엄마는 자꾸만 배를 사서 ‘아무도 먹지 않는’ 배를 깎습니다. 엄마의 한은 거기 있습니다.
결국 아이는 배를 하나 집어듭니다. 물기 걷혀 있는 마른 배에 남은 엄마의 눈물 조각을 씹어 삼켜려 합니다. 하지만 ‘너무 아려서/ 삼킬 수가/없’습니다. 배 속에 담긴 엄마의 눈물이 아이의 입안으로 넘어가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배 때문에 새겨진 깊은 상처가 모두 스르르 녹아버립니다. 눈물의 힘입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이 시를 읽는 우리에게 엄마와 아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입니다. (*)
배창환(시인.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