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는 로마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제정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로 그의 정치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다소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가 군인으로서 그리고 문장가로서 이루어낸 업적에 대해 역사가들은 한결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갈리아 전쟁기』는 카이사르가 기원전 58년부터 8년 동안 지금의 서유럽에 해당하는 갈리아 지역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기록한 역사서이다.
책 속에는 카이사르 자신이 펼친 군사적 전술과 전투 상황을 생생히 전해줄 뿐만 아니라 적군인 갈리아인, 게르마인, 브리타니아인들의 풍습과 민족성, 지리적 환경, 생활과 문화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레 『갈리아 전쟁기』는 기원전 1세기 서유럽 역사에 대한 문화사적 사료로서 중대한 가치를 가지기도 한다.
카이사르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면서 객관적 서술을 유지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간결하고 힘이 있는 그의 문체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관찰력과 생사의 고비에서도 잃지 않는 그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고대 로마의 역사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극찬하는 인간 카이사르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Gaius Julius Caesar)
기원전 100년 7월 12일 - 기원전 44년 3월 15일
명문가이지만 세력가에서 밀린 집안의 외아들로 태었다. 16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첫 번째 결혼을 한다. 민중파와 원로원파의 참혹한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며 성장했다. 이혼을 명하는 원로원파 술라의 명령을 거부하고 국외로 도주한다.
23세에 잠시 로마로 들어와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실패하고, 술라파의추격을 피해 다시 국외로 도주해 목숨을 유지한다. 7년간의 도피생활을 한 그의 20대는 ‘때를 기다리는 시기’였으며, 27세에 제사장에 임명된다.
30세에 회계감사관으로 선출되면서 관직생활을 시작하고, 35세에 안찰관 취임, 47세에 최고 제사장에 선출, 38세에 법무관에 취임한다. 마흔이 되던 해에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삼두 동맹을 맺는다. 41세에 로마 최고 관직인 집정관에 선출되고, 42세에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하여 8년간 갈리아 전쟁을 치른다.
전쟁의 승리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다. 갈리아 전쟁 후에 벌어진 5년간의 내전에서 승리자가 되면서 로마 제일의 권력자가 되지만 원로원 회의장에서 암살자들에게 살해되고 만다.
역자 : 김한영
서울대 미학과 졸업.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역서로 『언어본능』『빈 서판』『본성과 양육』『에필로그』『사랑을 위한 과학』『디지털 생물학』『만화의 역사』『미국의 거짓말』등이 있다. 『빈 서판』으로 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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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10군단을 독려한 후 우익으로 달려갔다. 이곳에서 아군은 크게 고전하고 있었다. 여러 대대의 기들이 한곳에 몰린 탓에 12군단 병사들은 너무 밀집해 있었고 이로 인해 서로의 전투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4대대는 백인대장들이 모두 전사하고 기수가 살해되었으며 대대기마저 사라졌다. 다른 대대의 백인대장들도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용맹함으로 명성이 높은 수석 백인대장 푸블리우스 섹스티우스 바쿨루스마저도 온몸에 중상을 입어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다른 병사들도 움직임이 둔해졌고, 후방의 병사들 중에는 투척 무기를 피하기 위해 대열을 이탈하고 물러나는 자들도 있었다. 적은 공격을 늦추지 않았는데 정면 아래에서는 언덕 위로 밀고 올라오고, 양쪽 날개에서는 계속해서 아군을 압박했다. 전력 보강마저 불가능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카이사르는 (자신의 방패를 두고 왔기 때문에) 후방의 한 병사로부터 방패를 빼앗아 들고 최전선으로 나아갔다.
그는 백인대장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독려하고, 병사들이 검을 보다 쉽게 휘두를 수 있도록 앞으로 전진하여 대열을 넓히라고 명령했다. 카이사르가 나타나자 병사들은 희망과 용기의 불씨를 되살렸다. 병사들은 저마다 큰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총사령관에게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웠다. 그러자 적의 기세가 주춤해졌다.--- p.113~114
동서고금의 명문으로 통하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를 번역하게 된 것은 옮긴이로서 큰 영광이자 부담이었다. 4권의 영역본을 비교하며 번역해야 했고 또한 기존에 번역되어 있는 정보들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정보의 부족 또는 과잉으로 번역하는 펜이 흔들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2000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생생한 전율과 감동 덕분에 최후의 한 문장까지 즐겁고 기쁘게 번역할 수 있었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