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새초롬한 날 오후가 되면 술 생각이 간절하다. 해거름 할 때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서 친구와 약속을 한다. 특별한 볼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잔 하고 싶어서이다. 조촐한 술자리는 울적한 기분을 녹여주고, 시시때때 저녁준비를 해야 하는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어서 좋다.   직장생활에서의 술자리는 비교적 격식을 차리지 않는 의사소통의 통로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의 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말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술의 힘을 빌어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직장생활 초년병일 때, 회식자리에서 직장상사가 조심스레 술을 마시고 있던 나를 보고 `남자가 술이 그렇게 약해서 어쩌나`하고 놀리는 바람에 호기를 부린 적이 있다. 그 날 옆에 있던 선배에게 `술병으로 다음 날 출근을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하고선 정말로 결근을 해 버렸다. 아무튼 의도와는 달리 `취중진담`이 되어 버렸고 아직도 그 이야기는 동료들을 통하여 후배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술을 즐겨오면서 `탈무드`에 나오는 술 이야기에 공감할 때가 많다. 그 책에 나오는 술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한 농부가 포도나무를 키우고 있었는데 악마가 찾아와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농부가 말하기를 `이 식물에는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데, 익은 다음에 그 즙을 내어서 마시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악마는 그 나무가 빨리 자라기를 기대하며 양, 원숭이, 사자 그리고 돼지를 데리고 와서 그 짐승들을 죽여서 거름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기 때문에 술을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재롱을 부린다.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납게 변하고, 더 많이 마시게 되면 토하고 뒹굴고 하여 돼지처럼 추하게 된다.   여태껏 술이란 놈이 나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나를 못살게 군다고 생각해 왔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반대인 것이 분명하다. 날씨가 흐릴 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마누라하고 부부싸움을 했을 때, 그리고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도 내가 그 놈을 애타게 찾았던 것이다.   기분 좋게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분위기에 취하고 대화에 몰두하다보면, 나중에는 내가 술을 마시는지 술이 나를 마시는지 모를 지경이 된다. 결국 술병이 생겨서 병원을 찾게 되고 술을 삼가게 된다.   술자리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소심한 사람에게 용기를 내도록 해주어서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지나치면 몸에 해롭다. 술도 마찬가지다.   술이란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은 게 분명하다.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6: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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