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땀을 흘리며
종일 모를 심었다
온 논배미
파릇파릇 모들이 가득 섰다
이쁘기도 하지
넓은 들 받치고 섰는
푸른 하늘 받치고 섰는
네 모습이 장하기도 하지
해질녘 모를 다 심고
논둑에 서서 바라보는 기쁨이여
내 발목을 자꾸 붙드는
이 논둑에 서서
허리 아픔도
조합빚 걱정도 잊어버려
근심 걱정 모두 버린 채
이 밤을 하얗게
너와 함께 새우고 싶다
이 논 가득 넘쳐나는
벼들의 꿈속에
이 밤을 파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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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식은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농민 시인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내가 꼭 모를 다 심고 논둑에 나와 앉아 모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들이 가득 선 논배미에 서면 잠시 근심 걱정 다 잊을 수 있고,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러오는 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흙냄새가 몸에 배인 사람이다. 나락은 아득한 옛날부터 대대로 우리의 밥이었고 생명줄이었다. 나락 농사만으로 사람답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농사짓고 살 사람들이 어디 나락 논에 줄 선 모보다 적겠는가. 시인은 들과 하늘을 받치고 서 있는 푸르른 모를 보면서 사랑스런 자식을 곁에 두고 말하듯 보듬는다. 그리고 함께 이 밤을 새우자 한다. 이게 농심(農心)이고 천심(天心)이다. 누가 있어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쓸어주고 굽은 허리를 펴게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배창환(시인․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