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이셨던
할아버지에겐
너무나 기울게
할머니는 일자무식
공자왈 맹자왈
안 배우셨어도
그 성품은
하늘에서 타고나심인가
할머니는 인정의 태산
시골의 우리집은
동네에서 제일 가는 부자
할아버지
갓 쓰고 두루막 입고
면서기 27년에
월급 한 푼도 낭비함 없이
윗들 아랫들 논밭 사서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집 되니
보리죽 못 먹는 세월에도
우리집에선
허연 쌀밥에 고기국도 먹었다
어떤 때
고기국을 끓이면
할머니는
마음 쓰는 데가 많다
큰 가마솥
굵은 토란 얽힌 뻘건 국물에
고기 건데기 둥둥 뜨는데
할머니는
가난한 작은 집
조카들 부르시기 바쁘다
작은 집 식구들은
일년에 고기국 한번
못 먹는 가난
큰집에서
고기국 끓이는 날은
다시 없이 즐거운
잔칫날이다
할머니는
작은 집 식구들까지
고기국 배불리 먹는 것 보곤
저절로 배가 부르시고
얼굴엔 기쁨의 함박꽃이
활짝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