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세상사 일어나는 일들이 나 아닌 것이 없다
백수(白壽)의 엄마 보려고
어제부터 시장가를 들렀다
평소 좋아하시는 바나나와 커피를 사고
봄 나물에 깻잎을 조림하여 봉지에 넣었다
엄마 돌봄이 고맙다고
맛깔나는 참외 한 박스도 준비했다
코로나 유리창으로 가려진 병원 면회실
휠체어를 타고오신 울 엄마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내 땜에 네가 힘 든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그 사이
얼굴엔 검버섯이 보이고 이마의 주름이 더 커졌다
나에게 가난이라는 재산을 주어
그 덕에 세파를 타고 넘는 고집을 갖게 되었고
나랏일도 하고 텃밭도 일구게 되었다
종심의 나이에
엄마가 있다는 게
아직은 고아가 아니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데
엄마 내 눈치 보지마세요
언제부터인지 엄마도
내게 영향을 주었으므로
모든 것이 나 아닌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