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니임!”이라고 불러주는 제자들이 있어 나는 참 행복하다.
이웃 남학교의 이 모 선생 왈 “여학교 거기 평생 있어 봤자 그것 다 맹탕이야. 남자학교 라야 졸업 후에 막걸리 한 병에 갈치 한 마리 사 들고 찾아오는 제자가 생긴다.”
여름에 파라솔을 받치고 걸어오다가 그것으로 살짝 얼굴을 가리우고 지나가는 뒷모습을 보았을 때 그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졸업한 지 반백년이 훨씬 지난 오늘까지 때가 되면,
“이것 제가 가꾼 맏물입니다”하며, 노란 참외상자를 보내주는 제자가 있다.
계절 안에서나 계절 밖에서나 과일,인삼,홍삼정,꿀,참기름 등을 보내는 제자도 있다.
“이것 중국에 사는 딸이 보낸 것입니다”하며, 중국산 대추,호도,해바라기 씨를 보내주는 제자가 있다.
저 멀리 베르린에서 명품 전기면도기를 두 개나 날려보낸, 몹시 가난했던 제자 자매가 있다.
위장 수술을 했다는 소문을 듣고 백릿길 먼 곳에서 밤으로 수놓은 찰밥을 한 솥 들고 달려온 제자가 있다.
보잘 것 없는 책을 낼 때마다 무더기로 주문해서 격려해 주는 제자가 있다.
크리스마스·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정성어린 인사장을 보내는 제자, 때를 가리지 않고 편지로 전화로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묻는 제자가 많다.
2015년도 ‘자랑스러운 성주인상’ 시상식장은 가위 성주여중‧고 초창기 졸업생들의 축제의 마당이었다.
이만 줄인다. 다만 막걸리 한병, 갈치 한 마리에 비길 바가 아니라서 하는 말이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하는 것뿐이다.
새벽 4시 30분, 알람이 깨워 일어나면 무릎을 꿇고, 마치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출석을 점호하듯 70여명의 이름을 부른다.
“…, 000, 000, 000… 그리고 성주여중·고를 졸업하고 서울에 와 있는 모든 제자들, 전국에 널려 있는 제자들, 해외에 살고 있는 제자들에게 건강 더하여 주시고 믿음 충만케 하시며 하는 모든 일 형통하게 하옵소서…”
나 비록 ‘사장님!’, ‘회장님!’ 하며 머리 숙이는 이 없고, ‘장관님!’, ‘총장님!’하며 받드는 사람 없어도, ‘선생니임!’,‘선생니임!’하며 불러주는 제자들이 있어, 나는 참 행복하다.
금빛 찬란한 훈장 받지 못하고 번쩍이는 금배지 달지 못해도, 그들이 나에게 주렁주렁 매달린 훈장이요, 번쩍번쩍 빛나는 월계관이다.
‘선생니임!’하는 음성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선생님!’하며 써 보낸 편지 읽을 수 있는 눈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들을 만나 옛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꿈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과 은혜가 모든 제자들에게 충만하기를 간절히 빕니다. 아멘! 아멘! (성주여자중‧고등학교 초창기 교사‧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