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農心)은 곧 농부의 마음이요, 고향의 상징이다. 왜냐하면 농부의 철학은 곧 늘 씨 뿌려 거두고. 반드시 노력하여 뿌린 만큼의 결실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결코 노력한 것 이상의 결실을 욕심내지 않는다. 그것은 곧 농부가 한평생 믿는 늘 진실한 흙의 마음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흙은 변하지 않는다`고 농부는 믿는다.
이제 고향의 들판마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내기는 가을의 결실을 준비하는 전령(傳令)이요, 신호탄이다. 고향의 모내기는 이제 각종 기계화 천국이다. 소싯적의 지게와 달구지 대신에 트랙터와 이앙기 등으로 바뀐 지 꽤 오래다. 거기에다 고향마다 스마트 팜(smart farm)과 6차 산업 트렌드가 대세다.
스마트 팜은 농축산업에 ICT기술을 접목하여 원격 및 자동화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기술이다. 지금의 스마트 팜은 총 3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는 센서와 영상을 활용한 어플을 통한 원격시스템의 구축, 2세대는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한 최적의 시스템 구축, 3세대는 로봇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시스템 구축이다. 또 드론을 활용한 농법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에 6차 산업은 1차 산업(농림수산업)과 2차 산업(제조업), 3차 산업(서비스업)의 융합이다. 즉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확산개념인 셈이다. 예를 들어 농업 중심의 1차 산업과 이를 통해 생산되는 특산물인 2차 산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융합을 통한 3차 산업의 서비스 창출이다. 즉 6차 산업은 산업 간의 융합과 복합산업을 말한다.
도토리가 도토리 가루와 도토리묵으로, 보리의 경우는 새싹쌈과 새싹가루 등의 건강식품과 체험상품으로 판매되는 원리다. 기존의 방식에서 훨씬 더 진화되고 있어 이제 소싯적 고향의 라이프스타일도 크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소설 대지(大地)로 널지 알려진 노벨상 수상자 펄벅여사. 실제 펄벅은 한국에서도 1년간 살았다. 한국을 `고상한 나라`라 크게 칭송하기도 했다. 1960년대 경기도 부천에 고아 및 혼혈 아동을 위한 소사희망원을 만들어 2000명 가까이 돌보았다. 그녀가 지금부터 60년 전인 1960년에 한국을 방문했다. 경주의 농촌마을에서 발견한 풍경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가을의 해질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는 소달구지에도 볏단을 가득 싣고 가는 농부의 모습을 발견했다. 달구지에 농부의 짐을 싣고, 달구지에 타고 가면 될 일을… 펄벅이 의아해하며 농부에게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싣지도 않고, 타지도 않고, 그렇게 힘들게 가시나요? 그러자 농부는 `오늘 온종일 나와 함께 힘들게 일한 소에게 미안하여, 짐을 나누고 이렇게 같이 걸어가는 중`이란다. 당시만 해도 고향의 집집마다 키우던 누런 소는 재산 1호요, 마치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니었는가? 펄벅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격찬하였다. `당나라에 유학을 가던 중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元曉)와 `철없는 신문왕을 깨우치게 한` 설총(薛聰), `고조선에서부터 후삼국까지의 유사`를 모아 삼국유사(三國遺事)를 편찬한 일연(一然)의 참 지혜가 농심에서 출발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심이 꽃을 피우는 교훈은 `더욱 알찬 열매를 맺도록 늘 농삿일에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반드시 씨 뿌려 거두어라"는 농부들의 철학이요, 필자의 가훈(家訓)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풍성한 과실과 알찬 열매는 늘 씨뿌리고 가꾼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농부의 미소(微笑)`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기를 바라는 맘도 간절하다. 이유는 갈수록 터질 듯 답답해지는 코로나19 시절 단번에 속이 확 풀리는 해장국처럼 언제나 기분 좋은 고향의 해질녘과 저녁연기가 늘 그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