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 들른 가을, 녹음이 짙어가는 고향. 거기엔 어릴 적과 청춘의 추억들이 수없이 어려 있는 곳. 구겨진 넥타이 같은 꼬부랑 논밭 길과 도랑 길을 지나면, 모내기 후의 정겨운 푸른 들판이 한눈에 펼쳐진다. 숨바꼭질하던 동네 골목에는 매실과 살구들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고향을 갈 때면 늘 설렘이 앞선다. 왜냐하면, 고향은 우리 인간의 자기 정화에 항상 공통적인 추억의 밑거름이요, 성장과 행복의 중요한 나침반 같다. 어쩌면 중·장년 세대에게는 고향과 어머니는 이 험한 세상에,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원천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 우리들 고향의 현상은 어떤가? 마을과 들판, 심지어 산속까지 곳곳에 농막이라는 이유로 온통 컨테이너 천국이다. 대부분이 행정력이 못 미치는 불법이다. 고향 산천은 곳곳에 흉한 축사의 악취와 전원주택 단지나 별장, 공장과 석산(石山) 개발 등 무분별한 개발로 옛 정취는 이미 거의 사라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허가가 나는지 의아스럽다. 고향의 오랜 전통과 정서와 경로우대 정신 등 농촌의 생활방식을 완전 무시하고, 논밭의 농작물을 제 멋대로 뽑아가고, 마을 일에 `나 몰라라` 하는 매너없는 귀농 및 귀촌인들의 밤낮없는 심각한 작태와 현지 주민과의 갈등. 선거철마다 공약(空約) 정책의 남발로 고향의 풍경이 흉물스럽기 그지없지 않은가?  고향은 온통 심한 중증의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들의 고향, 현재진행형의 자연생태계와 고향 풍속도가 빛의 속도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곧 다가올 선거철에는 또 어떤 공약들로 고향 어른들의 마음을 흔들까 걱정된다.  필자의 고향도 마찬가지다. 경남·경북에 걸쳐진 3군(郡)의 경계선, 하늘 아래 첫 동네 같은 무한청정 지역, 오지라 10여 호에 겨우 10여 명이 옹기종기 사는 곳. 평균연령이 75세 이상이다.  지난 시대의 농어촌 탁상공론 정책들이 증오스럽다. 아쉽고 개탄스럽다. 정부와 지자체의 어이없는 각종 정책과 작태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참 어이가 없다. 어이는 맷돌 손잡이다. 이미 어이가 사라진 고향의 현실은 한평생 고향을 지키고 있는 어른들만 알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의 오랜 명절 전통과 문화관습, 제례들도 이미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급속한 농어촌 초고령화와 초저출산 현상, 초중고 폐교의 증가추세가 주요 원인이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심각한 농어촌 공동화 현상, 중장기적인 극약처방이 없다면 20~30년 이내에 분명히 우리의 고향은 곳곳에서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그토록 아름답던 고향산천도, 넉넉한 시골인심도 크게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라지고 있는 옛 고향의 정취들. 점차 우리들의 마음과 현실에서 고향이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무척 아쉽다. 한 번이라도 더 가보고 싶은 고향이건만, 어쩌다 우리의 고향이 이 지경까지 왔는가? 무너진 경자유전 원칙과 환경 친화는 통 무시한 채, 개발업자들은 눈앞의 사익과 욕심 채우기에 급급하다. 또 브레이크 없는 행정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결과가 아닐까?  필자만의 생각일까? 또 참고 기다려보자. 늘 상추이파리처럼 넉넉한 인심이 있던 고향. 우리가 돌아갈 고향, 이제 우리의 고향은 누가 지킬꼬?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6: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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