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자신이 쓴 육사룡집(陸士龍集)에서 매미의 5덕으로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을 들었다. 즉 "매미는 머리 부분에 선비의 갓끈이 늘어져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또 농부가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이 없으니 검소하고, 철에 맞추어 오고 가니 신의가 있다.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는 매미를 형상화한 익선관(翼善冠), 매미 모자를 썼다. 매미가 가진 다섯 가지 덕(德)을 본받기 위함이었다. 매미가 땅 속에서 세상으로 올라와 빛을 보기까지 보통 7년이 걸린다. 그리고 굼벵이 시절은 물론, 제 몸과 허물까지도 인간에게 약재로 내어 준다. 조상들은 매미의 맑음과 검소함, 염치를 매미 모자에 새겨 마음가짐을 바로 잡았다.  한여름의 서초의 폭염은 매미의 울음소리를 더욱 크게 한다. 매미의 삶은 뜨거운 여름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여름의 낮과 밤은 매미 소리로 가득하다. 사람들 중에는 매미 소리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수험생은 소음으로 싫어한다. 나는 요즈음 반포IC에서 서초IC까지 왕복 5km 길마중 산책길을 걸으며 매미 소리를 한없이 듣는다. 귀가 쩌렁쩌렁할 만큼 강력한 매미의 사운드는 엄청난 크기의 플라타너스나 소나무마저 움직일 기세다. 플라타너스는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우리나라의 대표 나무이다. 전국 어디든 만날 수 있는 플라타너스의 매력은 많은 가지와 짙은 그늘이다. 그래서 플라타너스는 매미가 잠깐이지만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에 가장 적합하다.  플라타너스 그늘에 앉아 매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시원하다. 우리 아파트 옆의 산책길 주변에는 플라타너스, 소나무, 전나무, 배룡나무, 느티나무가 많다. 한 그루의 느티나무에 가까이 가서 껍질을 보니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매미가 껍질을 벗어던지고 벌써 `우화등선(羽化登仙)`해버렸다. 우화(羽化)는 번데기가 날개 달린 나방으로 변하는 것을 말하지만, 나방은 다시 일주일 여 간의 시간을 보낸 후 종적을 감춘다. 매미의 이 같은 삶 때문에 사람들은 매미의 변신을 신선에 비유했다. 우화등선은 중국 북송시대 소동파가 위나라와 오·촉 연합군이 싸웠던 적벽에서 우화등선을 언급한 것은 딱한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욕망 때문이었다. 또한 구양수(歐陽脩)도 매미와 관련해서 를 남겼다.  구양수는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예천궁(醴泉宮)에서 비 온 뒤의 매미 소리를 듣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맴맴 우는 소리 피리와는 다르고/ 맑은 소리 거문고 비슷하네./ 찢어지는 소리로 부르짖다가도 다시 흐느끼기도 하고/ 처량하게 끊어질듯하다가 다시 이어지네./ 독특한 노래를 토하고 있어서 음률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오음(五音)의 자연스런 소리 품고 있네./ 나는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 이름이 매미라네." 이처럼 매미를 비롯한 생명체의 소리는 `울림`을 낳는다. 깊은 울림은 감동(感動)을 낳는다.  `다큐멘터리 이야기` 매미에 관한 한여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에서 조사를 진행했는데, 참매미는 평균 오전 5시 21분에 울기 시작, 오후 6시 31분에 울음을 그쳤다. 매미는 땅 속에서 7년 정도 유충으로 지내다가 일주일 남짓 땅 위로 나와 짝짓기를 한 뒤 생을 마친다. 우화는 천적을 피해 주로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이뤄지며 보통 3~6시간 정도 걸린다. 한편, 도시에서는 매미가 한밤중에도 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로등 같은 빛 공해 탓이 크다. 기온도 높고 조명도 있으면 참매미가 낮으로 오해해 밤에도 운다는 것이다. 어른 매미가 짝짓기를 위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열흘 정도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 후 죽는다.  우는 매미는 모두 수컷이다. 암컷은 울지 못하므로 `벙어리매미`라고 한다. 많은 수컷들이 한꺼번에 울음소리를 내는 이유는 소리의 세기가 강해져 천적인 참새와 곤충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들간의 통신을 방해하는 교란음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매미는 자신의 몸 색깔과 비슷한 나무에 붙어 산다. 그래야 천적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매미는 체온이 15℃ 이상이 되어야 울 수 있다.  매미가 우는 이유는 한마디로 종족 보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지상에 사는 짧은 기간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요란스레 울어대는 것. 암컷을 부르는 울음소리가 우렁찬 비밀은 텅 비어있는 배에 있다. 수컷의 배에는 소리를 내는 데 쓰이는 근육과 진동막이 양쪽 옆구리에 있다. 이것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소리를 낸다. 울음소리가 클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 반면에 암컷 매미는 진동막이 없고 뱃속도 알로 가득 차 있다.  한여름에 우는 매미는 말매미·참매미·애매미·쓰름매미이다.  나는 서초의 여름을 싫어 했다. 서울 생활 40년동안 동숭동에서 서초로 이사를 온지 이제 16년, 단 한 번의 여름을 겪어 보고서 나는 서초의 여름을 증오하게 되었다. 서초의 매미는 낮과 밤 구분이 없었다. 밤에도 녀석들의 소리는 내 귀속에서 울려 퍼졌다. 어떤 때는 이명(耳鳴)현상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마치 예비군 훈련 가서 사격을 하고 나면 그 총소리가 몇 일이 지나도록 귀속에서 계속 나는 것처럼 낮에 울던 매미 소리가 너무 지독해서 밤에도 내 귀 속에서 울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서초의 매미가 밤에도 울어대는 것은 이명현상이 아니라 정말로 울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리가 지긋지긋한 만큼 서초의 여름을 싫어 했던 것이다. 그런데 몇 해 여름을 넘기고서는 달라졌다. 매미 때문에 싫어졌던 서초의 여름이지만 그 서초의 여름 안에서 치열하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매미의 생활을 알고 서는 서초의 여름이 좋아졌다.  한여름의 그 많은 매미들의 우렁찬 떼창 여름음악은 코로나로 피곤하지만 한편으론 사랑의 세레나데요, 여름음악의 힘찬 합창곡이다. 서초는 음악의 도시오, 예술의 도시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서초의 여름을 다시 기다리게 될 것이다 . 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고 시간이 흐르면 서초에는 새로운 매미 생명체가 탄생할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애미가 힘들여 나무 목질 속에다 낳은 알들이 부화를 할 것이다. 나는 그 새로운 생명체들을 기다리며 또다시 사랑의 세레나데를 듣고 싶다.
최종편집:2024-05-21 오후 01: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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