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보니 그 뜨겁던 여름의 열기도 한풀 꺾인 것 같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듯하다. 하긴 처서도 지났으니 계절이 가을로 바뀌고 있는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남녘에서는 태풍이 올라오면서 그 영향으로 가을장마가 시작되어 많은 비가 내려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더 이상 물난리로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결실기의 농작물이 비바람에 잘 견디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날씨는 흐리고 간간이 빗방울을 뿌리는 가운데 바람도 제법 선선하게 불어주어 운동하기 좋은 날씨라 동네 뒷산 달봉재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집에서 5분 안에 도착하는 곳이라 시간 나는 데로 자주 찾는 편인데 아침저녁으로 이웃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운동코스이기도 하다.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조금 힘들게 올라서 정상에 다다르면 여러 가지의 운동기구에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한편에서는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 삼매경에 빠진 아낙네들도 볼 수가 있다. 동네소문이 이런 자리에서 다 퍼져 나가는 것이리라. 전철 안에서도 흔히 보는 풍경이지만 어쩌면 여자들은 처음 만난사람도 금방 언니동생이 되고 친해지는지 참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도 지금은 여성 상위시대이니 집안에서부터 남자는 여자를 잘 모시는 게 현명한 처세술(?)일 것이다. 운이 좋으면 멋진 일출을 감상 할 수가 있었을 텐데 오늘은 흐린 날씨 탓에 포기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도 운동기구 하나를 선택해서 힘을 써보지만 마음같이 잘 안되고 금방 숨이 차서 그만두고 걷기에 열중하기로 한다. 산길 옆으로는 꽤 큰 밤송이가 떨어져 있고 마른 잎도 눈에 띄는걸 보면 어딘지 모르게 여름이 떠날 준비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이제 서서히 가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무렵 낙엽을 밟게 되면 버석 하는 그 소리에 나는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앉는 것 같아 괜히 슬퍼진다. 아직 가을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서인지 세월의 무상함 때문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산 아래 길옆에는 군데군데 텃밭이 있는데 고추랑 들깨 고구마 등, 농작물이 주인의 정성스런 손길에 튼실하게 여물어가고 있어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지는 듯하다. 얼마 전 노부부가 땅을 일구면서 배추를 심을 거라고 하던 밭에는 파릇한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분들이 아마 온갖 정성으로 이 배추를 키워서 김장을 하면 첫째 둘째 막내에게도 골고루 나눠주며 흐뭇해하지 않을런지 지레짐작을 해본다. 인적이 뜸한 편이라 마스크를 벗었더니 얼마나 숨쉬기가 편하고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런 자유를 구속받으며 2년간이나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니 기가 막히지만 코로나가 금방 사라질 것 같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한동안 벗어날 수 없을 듯하다. 그런데 맞은 편에서 부부로 보이는 중년남녀가 마스크를 벗은 채 걸어오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마스크를 고쳐 쓰고 고개를 돌리며 길을 비켜준다. 나 자신도 얼른 마스크를 바로하고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발길을 재촉하였다. 예전 같으면 산에서 사람을 만나면 서로 인사를 하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피하는 게 일상이 되었으니 언제까지 이렇게 비정상적인 생활이 계속되어야 할런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한참을 걷다보니 온몸에서 땀이 흐르는데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게 식혀 주는 듯하다. 아! 가을바람이다. 기다리던 계절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9월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뜨겁고 괴로웠던 여름은 가고 꿈과 낭만이 가득한 아름다운 가을이 우리 곁으로 찾아 올 것이다. 가을이오면 그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도망을 갔으면 좋겠다. 폭발적으로 늘어만 가던 확진 자 숫자가 0으로 된다면 우리 모두는 덩실덩실 춤을 출 것이다. 가는 여름이 태풍과 함께 코로나를 데려가준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감사의 박수를 칠 것이다. 나는 갑자기 가을 마중을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날파리와 모기들이 열심히 따라붙어서 아무리 뿌리쳐도 도망갈 생각이 하나도 없는지 끈질기게 달려든다. 그래, 너희들도 같이 가을맞이 하러 가자꾸나. 조금 성가시긴 해도 가을맞이 동행할 동지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 일인가, 모퉁이를 돌고 좁은 산길을 오르고 내리며 출발지점 가까이에 와서 건너편 황토십리길 쪽을 바라보니 저만치에서 가을의 전령사가 반갑게 손짓을 하면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기다려요 곧 도착 할 테니…,,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올 가을은 정중하게 잘 맞아 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산을 내려와 발길을 집으로 향했다. 달봉재 둘레길을 한 바퀴 돌게 되면 약 4천보정도 걷게 되는데 아침운동으로 적당하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진다. 오늘도 한두 차례 소나기가 오려나 보다. 하루를 출발하면서 기쁜 가을소식을 만나는 이들마다 전해 주어야겠다.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6: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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