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 그물을 빠져나가
하늘에서 헤엄치는 별이
수면 위로 빽빽이 차오를 때쯤
손 뻗어 별 잡으려는 어린 내게
대문 옆 말려놓은 투망을 매신 아버지
“야들아, 감천 냇가 가자”
까만 물에 노란 투망이 달처럼 펼쳐지면
그 달 속에 가득 찬 별빛의 피라미들
빨간 양동이 가득 팔딱거렸다
이제는 내가 별을 잡으려고 손을 뻗지도 않고
아버지께서 노란 투망을 매지도 않으신다
너무 커 버린 나 때문에
한층 구부정해진 아버지의 어깨 때문에
우리의 추억, 달빛 투망은
베란다 구석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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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서 딸을 둔 세상의 아버지들은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들이 세상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하는구나, 하는 느낌도 함께.
이 시에서 글쓴이는 사물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빛깔이 산뜻한 수채화처럼 펼쳐 보인다. 밤중에 찾아간 감천 냇가는 피라미로 기득하고 물살 위에 비쳐 부서져 흔들리는 별빛 그 자체가 피라미이다. 달처럼 둥근 투망, 그 ‘달 속에 가득 찬 별빛의 피라미’가 ‘빨간 양동이에 가득 팔딱거’리는 모습의 비유는 참신하다 못해 차갑도록 투명하고 싱싱하다. 이 시는 그런 어린 날의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지금, 아버지와 딸 모두에게 흐른 세월 때문에 더 이상 ‘노란 투망을 매지 않’게 되었다는 아픔 때문에 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딸을 둔 세상의 아버지들은 모름지기 이처럼 가슴 저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일이다.
배창환(시인 ·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