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한 게 좋다. 따스한 옷이 그렇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도 그렇다. 온기 있는 방과 생활공간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안정시킨다. 시골에 들어올 때 고집을 피워 불을 때는 방(房)하나를 만들었다. 인근에 있는 고물상을 뒤지다시피 하여 커다란 무쇠 솥도 구했다. 어릴 때 황소 밥(쇠죽)을 끓일 때 사용 했던 것만큼 큰 솥을 걸었다. 대문간 사랑채에는 방구들 놓는 장인(匠人)을 찾아 사정사정해서 온돌방을 만들었다. 건축 자재가 귀하던 시절에 지어진 집이라 벽체가 허술하고 기와지붕이라 하지만 겨우 흉내만 낸 터라 한 겨울에는 사방에서 찬바람이 술술 들어오는 방이다. 현대식 시멘트 마감(콘크리트옹벽)이 아닌 경우에는 목조건물의 구조상 벽과 벽의 이음에는 나무기둥이 있고 이 기둥에 흙벽이나 시멘트 블럭과 같은 마감자재가 있는데 아무리 미장을 잘 한다 해도 바람이 술술 들어오게 되는 구조가 된다. 보온재를 덧대고 편백나무 판재로 천정도 새로 하고 벽채도 새로 꾸몄다. 시골에 살다 보면 숱한 종류의 연장들이 필요하다. 농사를 지을 농기구만 해도 수 십 가지가 필요하다. 거기다 작은방 하나를 인테리어 한다고 새로 장만한 연장만 해도 열 가지는 넘는다. 톱만 하더라도 쓰임새가 다른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하고 망치도 그냥 한 가지만으로는 안 된다. 타카(공기압을 이용해서 못을 박는 도구)도 세 종류나 구입했다. 이래저래 장만한 도구들이 요긴하게 쓰여서 정작 더 큰 건물을 짓게 되었을 때는 시쳇말로 본전을 뽑고도 남을 쓰임의 소임을 다했다. 온돌방은 군불을 지펴 뜨겁게 하는데 두어 번 가득으로 장작을 지피고 나면 요(방바닥에 까는 침구의 한 가지)가 눌(눌어붙다: 뜨거운 바닥에 조금 타서 붙다)정도로 뜨끈뜨끈 하고 방 공기는 적당하게 따뜻하다. 발은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차게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대로 방 환경이 만들어진다. 네 평 정도의 방 한 칸을 뜨끈뜨끈 하게 데우려고 하면 상당한 량의 장작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겨울 방학 때가 되면 지게를 지고 주변의 산에서 죽은 나무를 베어오거나 나무 등걸을 도끼로 때려눕혀 한 짐씩 해 오곤 했다. 어지간히 모았다 싶어도 쇠죽을 몇 번 끓이고 나면 땔감나무가 없어졌던 일이 새삼스럽게 추억된다. 지금은 산에만 올라가면 땔감은 지천에 널려있다. 산림이 우거지면서 삶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들은 모두가 장작감이다.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고 지천에 있어도 집안으로 옮겨와야 장작이다. 다행히 조카가 철강제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제품 입고할 때 사용된 목재 고정 틀을 제공받아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부족함이 없다. 아마 한 달 동안 소형트럭 두 차는 장작으로 필요할 것 같다. 한때 불가마 찜질방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참나무 원목을 장작으로 하고 일정공간을 가마로 만들어 사우나를 하게하는 식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나둘 없어지더니 지금은 그런 찜질방도 주위에는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게 마련인데 아마도 나무를 연료로 해서 찜질방을 운영하는 것이 이익이 생기지 않은 이유에서 인지도 모르겠다. 겨울만 되면 베트남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푸념을 떠는 아내는 정말 추위에는 약하다. 타고난 체질이 열대지방에서나 살아야 하는 사람처럼 유별나다.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긴 후에는 조금 덜하긴 하지만 동절기에는 모든 생활공간을 덥혀야 하는 지라 연료비도 훨씬 많이 들어간다. 마치 갓난아기가 있는 가정처럼 되어야 해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생각 끝에 시골에서 겨울을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슬쩍 던져 보았더니 즉답이 돌아왔다. "시골은 추워서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지난 겨울의 일이다. 소한(小寒) 언저리의 아버지 기일(忌日)날 문간 온돌방을 양껏 덥혔다. 가가례례 다른 것이 제사 풍습이다. 우리집은 자시에 제사를 모신다. 제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고나면 새벽 시간인지라 형제들이 떠나고 문간방 사랑채에서 지친 몸을 맡겼다. 경상도 시쳇말로 절절 끓는 아랫목에 자리를 내 주었다. 아내의 반응이 빨랐다. "이런 따뜻한 방에서 혼자 지냈느냐? 마누라 생각은 손톱만큼도 안했냐!" 했다. 밴댕이 소갈머리 하고는 쯧쯧. 시골은 추워서 안 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할 때는 언제고 지금 누구를 원망스럽게 타박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어이구! 이렇게 따뜻하구나. 이제 몸이 풀어지겠어요. 뼈마디가 노골노골해 지겠네. 쯧쯧 지하도에서 잠자는 노숙자 생각이 난다. 할 수 만 있다면 이런 방에서 하룻밤만이라도 재워주었으면 좋겠다." 착한 아내의 마음이다. 추운날씨에 제사 모시느라 수고했다 면서 고운 마음씨에 허그로 답해 주었다. 따뜻하면 마음도 녹아내린다. 벌써 올겨울 첫 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올 겨울을 온 국민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넘겼으면 좋겠다.
최종편집:2024-05-14 오전 1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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