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사비성으로 몰려와가녀린 등불로 사직이 흔들리던 그 날삼천 개의 꽃잎은 백마강으로 우수수떨어지고 말았다무수한 꽃송이 떠내려간백마강 여기저기엔꽃잎보다 더 붉은 울음소리 잠겼다망국의 한이 쓸쓸히 묻어나오는고란사 절벽은제 그림자 물속에 드리우며묵묵히 지나간 시간을 되새긴다비바람 품 속에 모두 껴안고천 년을 침묵으로 버텨온 바위저 낙화암에 그 날의 슬픔 아로새기면가련한 혼령들 감은 두 눈을 뜨는 것 같다무상한 세월이여백마강 푸른 물결에 먼 하늘 울음소리 되살아나는가그대들 꽃신 다시 곱게 신고바람 따라 구름 따라 부소산성 낙화암에다시 들꽃으로 피어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