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 매년 2월 초봄이 되면 우리 집에는 `약국댁 할머니`라고 하는 보따리 장수가 물건을 팔러 오셨는데, 한번 오시면 2~3일간 머물다 가시곤 하였다. 보따리 속에는 주로 마른 오징어와 맨소래담(지금의 안티푸라민), 금계락 등 생필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마른 오징어는 불에 구워서 먹기도 하고, 잘게 썰어 간장에 졸여서 먹기도 하고, 도시락 반찬으로는 최고의 인기가 있는 품목이었다. 약국댁 할머니는 2~3일간 머물면서 들판에 나가 봄나물과 쑥을 캐기도 하며 가실 때에는 어머니께서 주신 쌀과 봄나물을 한보따리 가지고 가셨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약국댁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더니 몸이 편찮으셔서 못 오신다고 했는데 언제 돌아가셨는지는 모른다. 나는 `약국댁 할머니`가 옛날의 보부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중에서 가벼운 물건을 취급하는 보상(褓商)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부상은 행상인 부상(負商)과 보상(褓商)을 총칭하는 명칭이며, 부상은 무게나 부피가 크고 값이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등짐장수를 말하며, 보상은 부피가 적고 가벼우며 비교적 비싼 상품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다니거나 질빵에 걸머지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봇짐장수를 말한다. 이들은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물류 유통에 큰 몫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마트나 아울렛 등 대형 물류유통센터가 있어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지만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장사가 되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편리함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전통재래시장에도 한 번 쯤 들러서 다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최종편집:2024-05-14 오전 1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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