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6월 28일, 이 날은 나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슬픈 날이다. 농번기에 3일간의 가정 실습을 하여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서 부모님의 일손을 거들어 드리는 기간이다. 우리 또래의 동네 친구들은 아침을 먹고 우리들의 놀이터인 백구마당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중학생인 홍수와 4학년인 삼석이 둘 중에서 누가 수영을 더 잘하느냐 내기를 하자" 고 하면서 우리는 안산너머 용진댁의 웅덩이로 향하여 갔다. 가는 길에 참외를 몇 개 따서 웅덩이에 도착하여 참외를 던져 넣고 우리는 곧바로 옷을 벗어 던지고 웅덩이로 뛰어 들었다. 내가 웅덩이를 한 바퀴 쯤 돌았을 때, 둑에 서 있던 끝수가 나를 보고 "홍수가 물에 빠졌다."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나는 얼른 둑으로 나와서 친구들끼리 손을 잡고 홍수를 건져 올리려고 했으나 2번 정도 물 위로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더니 마침내 물속에 가라앉고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원두막에서 장대를 가지고 와서 물속에 집어넣고 홍수를 건져 올리려고 했으나 홍수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마침 군대에서 휴가 나온 끝수네 큰 형인 인수 형님이 콩밭에서 풀을 뽑고 있어서 빨리 홍수를 건져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키가 큰 인수 형님이 물속에 들어가서 발로 이리저리 휘젓더니 여기 뭐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서 잠시 후에 축 늘어진 홍수를 건져 올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읍내 병원에 연락을 하여 의사선생님이 와서 눈동자와 항문 검사를 하고 나서 가망이 없다고 하였다. 홍수는 마지막 중학교 입시생이었다. 즉 입학시험을 거쳐서 중학교에 들어간 마지막 중학생이었는데 중학교 입시공부 때문에 그는 수영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우리는 중학교 입학 무시험 첫 세대이니까 마음껏 뛰어놀고 웅덩이에서 수영도 한 덕택에 살아날 수 있었다. 부처님 귀처럼 귀가 유난히 크고, 선하고 큰 눈망울을 가진 친구, 밤하늘 별을 쳐다보면서 북극성과 북두칠성 찾기를 하던 그 친구가 무척 그립다. 그날 저녁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마을 앞 도랑 가에 그가 보던 책과 책가방이 불에 타고 그는 들것에 실려 영원한 안식처로 떠났다. 나는 그날 밤 새벽이 되도록 무서움과 슬픔에 젖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슬픈 달이다.
최종편집:2024-05-14 오전 1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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