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에 우리 동네에는 크고 깊은 공동우물(샘)이 있었다. 길이 2m 정도 가로 30㎝ 세로 30㎝ 정도의 직육면체 모양의 화강암을 3단으로 우물의 양 사방에 쌓아 올려서 그 위에 물동이를 올려놓고 물을 퍼서 담고 아이들이 우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키가 작은 우리들은 두레박으로 샘물을 퍼 올리려면 발의 뒤꿈치를 들고 두레박을 우물의 수면위로 던져 두레박 줄을 좌우로 몇 번 흔들면 두레박이 물속에 가라앉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두레박 안으로 물이 가득 찼을 때 두레박 줄을 잡고 들어 올리면 맑고 깨끗한 물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다. 한 여름 우리들의 놀이터인 백구마당에서 자치기, 가이생 놀이, 삼각형 놀이, 중말타기, 깡통차기 놀이 등을 하다가 목이 마를 때, 두레박으로 퍼 올린 차가운 물 한모금은 지금의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어떠한 고급 음료수보다도 더 시원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우물에서 4~5미터쯤 떨어진 빈 공터에는 작은 향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고 그 옆에는 화강암을 둥글게 파서 만든 무겁고 커다란 세숫대야가 하나 있었다. 샘물을 떠서 세숫대야에 붓고 땀에 젖은 얼굴을 씻으면 그야말로 신선이 따로 없었다. 때로는 윗옷을 벗고 동네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등말을 시켜 주시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공동우물은 이른 새벽이면 쌀과 보리쌀을 씻는 아낙네들이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유일한 의사소통의 장소이기도 하였다. 그 만큼 우물은 동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소중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할 공익목록 1호였다. 동네에 초상이 나서 상여가 지나갈 때면 마을 사람들이 우물을 멍석으로 덮고 상여가 다 지나가고 나면 멍석을 걷어내었다. 그런데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고부터 각 가정마다 우물을 파서 펌프를 설치하게 되었다.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면 물이 펌프에서 콸콸 쏟아지는데 이제는 공동우물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동네 공동우물도 사라지게 되었는데 언젠부터인가 우물이 있었던 자리는 동네 주차장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화강암 세숫대야도 우물가의 향나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고향에 갈 때면 우물과 화강암 세숫대야 그리고 향나무가 생각난다.
최종편집:2024-05-14 오전 1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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