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돼지가 새끼를 10마리 낳았다. 그런데 잡식성 동물인 어미돼지는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고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말았다. 아직 핏덩이 같은 갓난 새끼돼지들이 엄마젖을 달라고 칭얼대고 있었다. 요즘처럼 분유가 있는 시절도 아니었다. 어머니께서는 미음을 끓여 새끼돼지에게 먹여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끼 돼지들은 잘 먹지 못하고 짜증을 부렸다. 마침 집안에는 누렁개(누렁이)가 강아지를 낳은 지 얼마되지 않아 누렁이의 젖이 통통하게 불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누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자리에 눕게 하여 돼지새끼들에게 젖을 물렸다. 충직한 누렁이는 강아지인 줄 알고 새끼돼지들에게 얌전하게 젖을 먹였다. 어머니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끼돼지들은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렁이가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었다. 누렁이는 위장에서 열이 나는지 마당에 나뒹굴며 "깨갱 깨갱" 소리를 질러대고 미친개처럼 날뛰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이웃집 복이네 집으로 달아났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당과 뒤뜰을 다 뒤져보아도 누렁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복이네 옆방 군불때는 부엌에서 개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누렁이가 쥐약 섭취로 인한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부엌으로 들어가서 온돌방의 구들장 밑으로 깊숙이 숨어버렸다. 누렁이를 빨리 살려야하기 때문에 복이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복이네 방구들장을 곡괭이로 파내었다. 그리고 누렁이를 찾아내었는데 구들장의 그을음으로 인해서 누렁개는 검둥개로 변해 버렸다. 새카만 누렁이를 집으로 데려와서 깨끗이 물로 씻기고 쌀뜨물을 먹여서 결국 누렁이를 살려냈다. 어머니께서는 새끼돼지에게도 개젖을 먹여 키워주고 쥐약을 먹고도 살아난 누렁이에게 `복덩이 누렁개` 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런데 이듬해 봄에 누렁이가 이웃 마을에 놀러갔다가 어떤 아저씨가 휘두른 몽둥이에 희생을 당하고 말았다. 그 아저씨는 개고기가 몸에 좋다고 보신탕을 해먹었다고 했다. 애잔한 마음에 어머니께서는 그 아저씨를 몹시도 원망했다. 죽을 운명에 처한 새끼돼지를 10마리나 살려낸 고마운 누렁이인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나는 요즘도 누렁개를 보면 그 때의 고마운 누렁이가 생각난다.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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