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버나드쇼가 남긴 유명한 묘비명이다. `묘비명`이란 묘지비석에 새긴 글로서 명문이나 시문을 말하고, 망자 자신이 생각했던 글이나 혹은 남은 사람들이 생전에 고인이 추구했던 인생철학을 새기기도 한다. 묘비명은 산자나 죽은 자에게 주는 일종의 인생 성적표의 성격이기도 하여 고인에 대한 경력이나 그 일생을 상징하는 말 등을 새긴다. 이때 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사망일, 본관 등을 새겨 넣어 해당 인물을 기리는 역할을 한다. 묘지비석은 소재, 모양, 크기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소재로는 대리석, 화강암, 석회암, 나무 등이 사용되며, 모양은 직사각형, 석주모, 원형, 혼합형 등이 있다.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사람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반면, 소중한 삶을 낭비하고 간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운 점수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산자가 고인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망자 자신이 남겨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묘지는 대부분 산야에 있으며, 을씨년스럽고 무서웠던 장소인 공동묘지에 많았으나 현재는 도시 근교에 추모공원이라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갖게 한다. 아직도 곳곳에 공동묘지가 더러 남아있기는 하다. 서양인들의 묘지는 멀리 산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을 한 가운데 혹은 성당 뜰에 묘비가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기록을 통해 많이 본다. 묘비에는 앞서 간 이들에 대한 추모 글이나 아쉬움의 인사말이 새겨져 있다. 이 세상 떠날 때 뒤돌아보며 남기는 말로서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바람을 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압축해서 세워 둔 비석이다. 서양인들의 묘비에는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글귀도 많다. 어떤 자료에서 본 글이 문득 생각나서 소개하고자 한다. 한 사람이 묘지를 돌며 묘비에 쓰인 글을 읽다가 발길을 멈췄다. 그 묘비의 글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나도 전에는 당신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소!" 순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두 번째 글을 읽었다. "나도 전에는 당신처럼 그 곳에서 그렇게 웃고 있었소!" 자세를 가다듬고 세 번째 글을 읽었다. "이제 당신도 나처럼 죽을 준비를 하시오!" 그 글에서 죽음에 대한 준비만큼 엄숙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그 준비는 살아있는 동안 차근차근 해야 한다. 인간이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묘지명 비석 위에 망치 하나를 올려놓고 간 외국의 어떤 망자의 사연을 보게 됐다.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망치를 가져다 그 멍청이 머리통을 때려 주시오!` 생전에 자식들이 얼마나 속을 썩였으면 그랬을까 싶어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웃음이 묻어나는 문구다. 아마도 이 묘비명의 주인께서는 생전에 자식들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었다가 큰 낭패를 경험한 것 같다.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옥고를 겪었으며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을 받다 타계한 천재시인 천상병의 詩 귀천(歸天)을 소개한다. 귀천 -천상병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인상 깊은 외국의 묘비명을 알아보자.- 내 창조자를 만날 준비가 됐다.(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여기 벌레의 먹이로 누워 있다.(정치가 프랭클린)- 그는 살았다. 썼다. 사랑했다.(소설가 스탕달)- 모든 걸 갖고자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소설가 모파상)- 돌아오라는 부름을 받았다.(시인 애밀리디킨슨)- 오직 한 순간만 나의 것이었던 모든 것 들(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노라(작가 장 드 라퐁텐)-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소설가 헤밍웨이)-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밑동이 샐지도 몰라(일본의 선승 모리야 센 얀)- 스콧, 여기 잠들다(영국의 소설가 월터 스콧)- 내가 아프다고 했잖아(아일랜드 희극배우 스파이크 밀리건)- 열 명에게 전송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메일을 안 보내서 죽었음(핀)- 눈을 감고 있는 중이에요(영국의 한 무덤)- 내가 요리하기 질렸다고 했잖아(미국 텍사스의 한 묘지의 묘비명)- 깨우지 마(CNN 창립자 테드 테너)-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 것이다(러시아 니콜라인 레닌)- 영원한 휴식, 침묵의 무덤(프랑스 우편배달부 슈바르)- 흙이여, 무겁게 그를 눌러라 그가 생전에 그대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했기 때문이다.(영국 건축가 존 밴브러)우리나라 묘비명- 할 말이 너무 많아(흥선 대원군)- 돈, 돈 슬픈 일이다(소설가 김유정)-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박수근 화백)- 괜히 왔다 간다(중광 스님)- 거기 가봤나?(신격호 롯데 전 명예회장)- 동심여선(童心如善:아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 소파 방정환)-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으고자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이병철)- 웃기고 자빠졌네(개그우먼 김미화)- 더 재미나게 살지 그랬어(고봉석)- 그 외에도 잘 놀다 갑니다. 유효기간 끝났음 등 가슴 찡한 이야기나 웃음을 자아내는 묘비명이 많다.
최종편집:2024-10-25 오후 05: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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