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밖숲 벚꽃이 저 하늘 끝까지 번지던 날연애방천 둑길을 따라 바람보다 천천히 걸었다 참외밭 너머로 퍼지는 햇살은향기로운 기억처럼 맑았고농부의 손길이 닿은 밭고랑마다 노란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는 말을 아꼈다말보다 눈빛이, 손끝보다 마음이더 가까웠던 침묵의 날들이얼마나 따뜻했는지벚꽃은 잠시였지만 그 아래 나눈 마음은 오래 남아계절이 바뀌고 해가 달라져도성밖숲은 우리를 기억해 주었다사랑은 늘 피고 지는 벚꽃 같아서삶도 사랑도 정성껏 다루면 언젠가 단맛이 되는 법이라 배웠다지금도 봄이면 그 길을 걷는다꽃길에 묻어둔우리의 소중했던 그날 그 약속의 길을 걷고 또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