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사키중공업, 이름만 들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중견기업. 삼봉과 덕환은 자신들이 이곳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삼봉이 중얼거리듯 말했다.덕환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새달이 시작되는 첫날, 두 사람은 봉환 형을 따라 회사로 향했다. 회사 정문을 지나 총무과로 들어서자, 인사담당 다카다 과장이 친절하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입사 신고를 위해 총무부장님께 가시죠."시게루 총무부장은 그들을 반갑게 맞으며 인사명령장을 건넸다."삼봉 씨는 기계조립반으로, 덕환 씨는 현장소장 비서실 보조 비서로 발령이 났습니다."발령장을 손에 든 덕환이 삼봉을 돌아보며 웃었다."형, 우리 여기서 갈라지네."삼봉은 덕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짐하듯 말했다."덕환아, 우리가 죽을 고비를 넘겨 여기까지 왔잖아. 여기서도 최선을 다해 인정받을 수 있는 우수한 직원이 되자."그 말에 덕환은 가슴이 뜨거워졌다.삼봉과 헤어진 후, 덕환은 다카다 과장의 안내를 받아 현장소장 비서실로 향했다. 비서실 문을 열자 쿠보 비서실장과 여비서 리에가 환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어서 오세요, 덕환 씨. 간단히 인사 나누고 소장님을 뵙죠."쿠보 실장의 안내로 덕환은 마쓰모토 소장의 방으로 들어섰다.마쓰모토 소장은 환한 얼굴로 덕환을 맞았다."자, 덕환 군. 오늘부터 아주 중요한 일을 맡게 될 걸세. 요즘 우리 회사가 도쿄, 나고야, 교토에 공장을 증설 중이라 외부 활동이 많아졌네. 내가 자주 출장을 다니는데, 쿠보 실장이 주로 내부 업무를 맡고 있어 자네가 나를 수행할 필요가 있네."덕환은 깜짝 놀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소장님,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이 막중한 자리를 제가 맡아도 될지…"마쓰모토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게. 쿠보 실장의 지도를 받으면서 차차 배우면 된다네. 내가 외부로 나갈 때 옆에서 잘 보좌해주면 충분하네. 봉환 군의 요청으로 자네를 추천받았으니 믿음에 보답해주길 바라네."덕환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자신을 믿어주는 소장의 배려에 감사하면서도, 막중한 책임에 다소 긴장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단호하게 말하며 덕환은 스스로를 다잡았다.소장과의 만남을 마친 후, 비서실로 돌아온 덕환은 쿠보 실장으로부터 자신의 자리를 안내받았다."여기가 덕환씨 자리입니다. 앞으로 소장님의 활동에 차질 없도록 잘 보좌해주세요.""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덕환은 고향에서 배선만 군수님을 따라 수행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봉환 형이 자신을 추천한 것도 그 점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리에 여비서가 따뜻한 차를 건네며 미소 지었다."앞으로 잘해봐요, 덕환 씨."리에의 다정한 말에 덕환은 용기가 났다. 책상을 정리하며 그는 다짐했다.‘이 자리가 과분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잘해보자. 나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자.’책상을 마주한 덕환의 가슴 속에 희망과 책임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출발의 문턱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최종편집:2025-06-17 오전 11: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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