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금엉금 기던 그 시절,세상은 높고, 나는 작았다무릎으로 세상을 밀어내며한 뼘씩 전진하던 나날들걷는 걸 배웠고,넘어지며 울기도 했지만두 다리로 중심을 잡는 기적그리고 나는달리기 시작했다바람이 먼저였던가숨이 먼저였던가심장이 뛰고세상도 함께 뛰었다진시몬은 말했지나이 든다는 게 억울하다고하지만 나는 안다이 나이에도 달릴 수 있다는 게얼마나 큰 축복인지무릎은 여전히 내 편이고숨은 아직도 내 안에 있고삶은 고개 숙인 벼처럼익어가며 고요해졌다헛발 디딜 일도헛된 꿈도 줄어들었고이제는 안다달린다는 건앞만 보는 게 아니라삶을 통째로 껴안는 일이라는 걸황혼이 오면나는 멈추지 않으리더 천천히, 더 깊이노을 속으로 달려가리그날붉은 하늘이 내 등에 손 얹으며"참 잘 달렸구나"말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