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단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다 보니, 피해가 너무 컸다. 농지와 축사ㆍ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길이 끊어지고, 산사태가 속출했다. 연세 드신 농촌주민들이 `이런 비는 평생 처음 봤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나 올해만 이럴 리는 없다. 앞으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에 대해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이미 기후위기는 폭우와 폭염, 산불 등의 재앙으로 한반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재난이 닥치면, 임시방편으로 복구하고 수습하는 수준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후위기가 `경제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재생가능에너지, RE100 등을 거론하면서, 기후위기로 인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열릴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딴 생각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가 난파된 상황에서도 살기 위해 널빤지를 잡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보석시계를 챙기겠다고 몸을 던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파생되는 효과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기후위기가 진짜 인류 최대의 `위기`라면, 생존과 안전을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긴다면 좋은 일이지만, 일자리가 생기든 않든 간에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치의 전환`이다. 맹목적인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자생존의 경쟁이 아니라 함께 살자는 `공생(共生)`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부담을 함께 나눠지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일시적으로 이득을 보는 나라도 있을 수 있다. 대한민국만 하더라도 산불이나 폭우로 집중적인 피해를 보는 지역이 있고,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지역도 있다. 이런 `피해의 불평등`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부담을 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과도한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기보다는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주변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전환`도 필요하다. 인간중심의 사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뭇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감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생각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생활 속에서 조그만 실천이라도 하고, 기후위기와 관련된 활동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에는 정치가 바뀌어야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다.
물론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10년 후에 세상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없다`는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세상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자신과 주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립되어 있다 보면, 험한 생각도 하게 되고 험한 말도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어떤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각은 바뀔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먼저 생각하고 느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 걸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래는 정치가 이런 말 걸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승자독식의 선거에 목을 매는 지금의 기득권 정치는 시민들에게 이런 말 걸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후위기를 부정하거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를 퍼뜨리는 정치인까지 있다. 기후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맹목적인 경제성장주의에 빠져 있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지역에서, 여러 영역에서 시민들이 서로에게 말 걸기를 해야 할 때이다.
"누군가의 고통에 눈감지 말자고. 피해를 입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자고. 기후위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지금 행동해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 나가자고. 정치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자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는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