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시 공직자로서 34년간 봉직(奉職) 후 바로 서울 모 대학교 환경조경학과에서 겸임교수로 15학기(7년6개월)를 이어서 학부 및 대학원 강의를 하였다. 나는 수업 시작 전 학생들이 살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글이나 영상물을 준비하여 5분 내외로 읽거나 시청하도록 하였다. 그러면 매 학기마다 학생들이 자기 성적을 확인하기 위하여는 교수 평가를 하게 되어있다. 이때 학생 중 교수님이 본 수업 시작 전 보여준 영상물이나 좋은 글에 감사하며 자기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다고 표현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나는 본 대학 전임 교수들에게 교수들이 단순히 아는 것을 학생들에게 지식 전달하는 것만이 교수의 할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바르게 자라서 우리 사회에서 쓸모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인성(人性)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제는 학교 강의를 마친 지도 10년이 지났다. 내가 강의할 당시 전임 교수 중 절반 이상이 정년 퇴임을 하였다. 정년 퇴임한 명예교수 두 분과 나의 서울시 공직 선배며 대학원에서도 선배인 박 모 박사와 넷이서 어느 때인가부터 2개월에 한 번씩 점심 모임을 한다. 우리는 늘 서울교대역 인근에 있는 한식당 `서석대`에서 12시30분에 만나 식사를 하며 그간에 있었던 본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학교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는 다음 모임 날짜와 유사(有司)를 정하고는 헤어진다. 그러면서 가끔 봄, 가을에 야외 나들이도 한다. 2022년 10월에는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있는 `국립 양평 치유의 숲`을 다녀왔다. 이 치유의 숲을 관리하고 있는 책임자 센터장이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 안내를 받아 숲이 우리 인간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또 금년 봄 (2025.5.26)에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에 위치한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을 다녀왔다. 이곳에도 세미원 대표이사가 우리 학교 출신 백모 박사가 근무하고 있어 대표이사 취임 축하 겸 봄나들이를 한 것이다. 이렇게 정기적인 점심 모임을 이번 모임은 유사를 맡은 방모(여성) 교수께서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 있는 이태리식당 충정각에서 하자고 하여 지난 7월 모임 (2025.7.7 월)을 가졌다. 이 집은 120년이 넘은 개화기 때 건축된 몇 안 되는 서양식 건물로 당초 미국인이 설계하여 신축 살던 집이다. 그 후 안동 김씨인 김모씨 소유였다고 한다. 이때 방 교수의 어머니가 이 집에 사셨다고 한다. 이날 우리가 식사한 장소가 방 교수 어머니가 방에서 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거처하셨던 방이라고 한다. 이날 방 교수는 자신의 여고 시절 농구선수로 주장을 맡아 경기한 한. 일전 농구 실황 중계 장면을 (1962년도 영상)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제는 80이 넘어 거동이 약간 불편하지만 아침마다 눈 뜨고 깨어나면 오늘도 살게 해서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드린다고 했다. 이 건물을 다시 매입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으니 자주 찾는다고 했다. 이날 우리를 그 집으로 초대하여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같이 식사를 한 것도 그러하리라. 우리 모임의 가장 연장자인 방 교수와는 달리 이날 함께한 우리 모임의 가장 연하인 이 모 교수는 젊은 시절 대학을 졸업 후 국영기업을 거쳐 사기업에서 중견 실무자부터 대표까지 지냈다. 그 후 대학의 부름을 받아 교수로 (부총장 역임) 근무하고 있다가 정년 직전 돌연 퇴직, 중국 산둥성 요성대학에서 7년 반 동안 초빙 교수를 지냈고 2024년 7월 퇴임 이후에는 동 대학에서 객좌교수로 있다. 하지만 이분은 사기업 대표 시절의 일로 경제적인 어려움, 중국에서의 긴 생활 등으로 부인에게는 많은 어려움을 안겨줬다. 이런 미안한 마음을 다소나마 달랜다는 차원에서 부부생활 45년, 부인 칠순을 기념하여 중국 우루무치에서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까지 실크로드를 한 달여 여행을 하였다 한다. 이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쓴 `실크로드를 가다`란 제목의 부부 공동 여행기를 책자로 만들어 우리에게 선물하였다. 역시 그는 대단한 열정의 사나이다. 이날 우리는 80여 년 살아온 각자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남은 인생 우리 사회에 누(累)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는 또한 이제는 사회적인 역할만 충실할 것이 아니라 집안 일에도 더욱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충정각 건물 앞에서 네 사람이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이날 모임을 마감하였다.
최종편집:2025-09-05 오후 0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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