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밖엔 숲이 있었다. 그 읍성 언제 허물어지고
허물어져 이미 자취 없지만
숲은 남아 지금도
사람들은 성 밖 나가는 거고, 성 밖 숲 가는 거다.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왕버들 숲엔
오래된 기억처럼 나이테처럼 고목들이 껴안은 험준한 읍성이 그대로 있다.
다시 백 년, 또 백 년 후
사람들은 모르고 한마디 말 속 나무 속 들어갔다. 성 밖으로 나간다. 이 숲
그늘에 들어 여러 행사를 벌이지만 오늘도
등 굽은 나무들은 물끄러미,
아니, 자세히 살펴본다.
한번 떠난 이 그 누구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성밖숲에 해 지고 나무도 늙어 그런지
더 어두워지는 기미가, 성문 닫히는 소리가 많이 굼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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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밖숲은 성주의 명물이다. 왕버들나무도 나무지만, 숲 자체가 통째로 천년기념물이라 할 만하다. 이 성밖숲이 전국적으로 명승지가 된 건, 몇 년 전부터 ‘전국민족극한마당’을 이 숲에서 열면서부터다. 민족극한마당 구경하러 오시는 이 땅 토박이 노인들이 앉아 계신 모습이나, 주름진 눈웃음, 파안하는 얼굴이 왕버들나무와 많이 닮았다. 그리고 이 나무 하나하나가 여기 사는 사람들과 닮아 있다. 구경 온 외지 사람들은, 이곳에서 민족극만이 아니라, 여기 왕버들나무처럼 뿌리 내리고 살아오신 어른들의 얼굴도 함께 읽고 간다. 그래서 성밖숲은 더 명물이 되었다.
시인 또한 그걸 본다. 그는 ‘허물어져 자취 없’는 읍성에서 그 옛날 험준한 읍성을 보고 있다.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은 자꾸 바뀐다. ‘한번 떠나간 이 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처로 떠났거나 하늘로 떠났거나. 그래서 왕버들나무는 이곳 터주대감이고 산 증인이고 역사라는 걸 시인은 느낀다. 성밖숲은 성 밖에 있기 때문에 해거름녘엔 성문 닫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다. 천천히, 또는 어둡게..... 성은 허물어졌지만, 왕버들나무 몸 어딘가에 그 옛날 성주읍성이 아직 남아 있어서.
배창환(시인 ·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