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서로 불신하고 상처 내는 학교의 모습을 마치 모든 학교의 모습인 양 아무런 걸름망 없이 앞다투어 보도하기에 바쁜 씁쓸한 이즈음이었다.
하지만 우리 봉소의 모습은 이러한 모습과는 전혀 닮아 있지 않다.
우리 봉소는 항상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작고 소박한 시골 학교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학교이다. 오늘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가야산을 다녀왔다.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무더웠던 날씨도 오늘은 우리 봉소 어린이들이 가야산 등반을 하는 줄 알았는지 하늘엔 적당히 구름이 끼고 날씨도 시원해서 산을 오르기엔 정말 좋은 날씨였다.
학교에서 40여분이나 차를 타고 가야산 백운동 매표소에 다다르니 아침 10시경이었다. 백운 4교까지는 숨이 금방 차올라서 초반부터 꽤 힘든 코스였다.
서성재를 지나 이제 산길이 몸에 익숙해졌다 싶을 때부터 나타난 너덜바위 지대는 옛 가야산성의 흔적지로 크고 작은 바윗돌 때문에 발목 부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서 지나야 했다. 여기서부터는 나무계단과 철계단이 수도 없이 나타나 매우 힘든 구간이었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시야가 확 트이고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산세의 아름다움에 빠져 힘겨운 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칠불봉을 눈앞에 두고 포기하려는 학생들이 하나 둘 생겼다. 신체적 한계가 아니라 정신적 해이에서 오는 포기라면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도전하자고 설득한 끝에 마침내 아이들은 다시 칠불봉을 향해 걸음을 뗄 수 있게 되었다. 아찔한 철계단 몇 개를 기어오르다시피 올라 마침내 정상인 칠불봉에 올랐을 때의 감격이란 그야말로 세상을 내 품에 안은 듯한 감동이었다.
높이 1,433m의 위용을 자랑하는 가야산은 가히 조선팔경의 하나로 손색이 없는 절경이었다. 해인사를 품에 안은 곳, 신라말 난세를 비관한 최치원을 품어 준 곳, 왜적의 전화를 입지 않은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옛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가야산이다.
멀리 남산 제일봉과 덕유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모두 모여 기념 사진을 찍고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상왕봉을 향해 다시 걸었다.
널찍한 바위 봉우리인 상왕봉은 1,430m으로 소머리를 닮았다해서 우두봉이라고도 불린다.
최근까지는 이 상왕봉이 가야산의 정상이라고 알려졌으나 칠불봉이 3m가 더 높아 지금은 칠불봉이 가야산의 명실상부한 정상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우리 성주군이 가야산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는 큰 의미가 있는 발견이었다.
상왕봉 아래에 자리를 잡고 학교에서 준비해 준 김밥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봉소 어린이들은 점심을 먹은 자리를 깨끗이 청소 한 다음 왔던 길로 다시 접어들었다. 수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정상까지 올랐다는 자신감에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오를 때는 3시간 30분이나 걸렸었는데 내려오는 길은 2시간 정도 걸렸다.
처음 출발했던 백운동 매표소에 도착하니 벌써 4시 10분이다. 얼른 돌아가서 부모님께 자랑하고픈 맘이 걸음을 더 재촉하지 않았을까?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모두들 골아 떨어졌다. 기분 좋은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학교 운동장의 느티나무가 우리를 반겨준다. 새삼스레 저 느티나무와 등나무의 푸르름이 가야산을 많이 닮은 듯 하여 더욱 더 정겹고 반갑다.
이번 산행으로 우리 봉소 어린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고, 평소 나약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감과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었다는 점,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다녀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체험이 되었다.
앞으로도 봉소 어린이들은 가야산을 닮은 모습으로 이 나라의 큰 재목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