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의용군 갔다가
총살당한 운학이 딸 봉순이.
고갯마루집 황토담벼락 아래
소꿉놀이하던 뙤약볕 봉순이
일곱 살 되던 해에 아비를 따라
바람이네 고개 넘어 갔었지
얼굴이 물봉숭아 같던
봉순이 어메는 달아나고
그 집에 태근이네 이사왔었지
누가과자1)
}} 티밥과자 만들어 팔던
손놀림 재바르던 태근이 아베.
하루종일 누가과자 만들어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
배고픈 봉순이는 밤마다 사러왔데.
매일밤 사러 왔데
봉순이, 누가과자 사갖고
어디로 가나 보자 하고
돌아서는 봉순이 옷고름에
명주실을 매달아 봤데
다음 날
아침에 그 명주실 따라가보면
저 건너 바람이네 고개 넘어
봉순이 무덤 속으로 들어가 있데
봉순아 고맙다 하고
집에 돌아와 보면
봉순이 놔두고 간 돈은
모두가 가랑잎이 돼 있데
6·25 얼마 후 바람이네 고개 넘어간
고갯마루집 봉순이 이 얘기를
이마트 3층에서 세탁소 하고 있는
태근이 아베는 지금도 들려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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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누가과자: 희고 무르며 그 속에 땅콩, 밤 따위가 들어있는 사탕 비슷한 양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