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늙었다.
늙어서 품을 사람을 잃어간다.
자꾸만 상실의 연대기를 쓰는
늙은 고향은 자연으로 회귀하는지 모르지만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잠시라도 다니러 와 보면
반쯤 빈 고향도 허무하게 행복하다.
가고는 오지 않아서
혈육도 친구도 하나씩만 남은
사람이 떠난 자리를
풀들이 채운다.
집도 길도 사람들을 잃어
풀만 우거져 우묵하다.
옛날 학교 다닐 때 반짝이던 길을
칡넝쿨이 내려와 막고
통행금지의 붉은 보랏빛 꽃을 피운다.
창을 열면 창 너머 산이 내려오고
사람을 뱉어낸 고향의 밤에는
소쩍새가 맑은 목소리로 밤새워
설화 속의 절창을 부르고 또 부른다.
가고는 아니 오는 적막강산을
허무한 풍년가로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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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용(裵桂溶) 교사는?
성주군 초전면 용성동 운포 출생
48년 1월 30일생
성주농업고등학교 졸업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前)구미상고, 구미고, 구미여고, 김천농고
김천중앙고, 문경고, 군위고 교사
(現)경북생활과학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