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戰時) 작전통제권(作戰統制權) 환수문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작전통제권 환수가‘자주국방의 핵심문제’라거나‘주권국민의 자존심 회복’이라는 논리에 마치 상실했던 국권(國權)회복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지경이다. 정말 작전통제권이 가지는 의미가 이렇듯 큰 것인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발발직후인 1950년 7월에 국군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을, 이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는 국군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을 유엔군 사령관이 행사하도록 위임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전지휘권과 통제권의 의미와 위임된 권한의 범위이다.
지휘권과 통제권의 차이점
통상 軍의 조직과 운용, 관리 등에 관한 권한은 군령권(軍令權)과 군정권(軍政權)으로 나누어진다.
군령권은 군 조직의 전투력 운용과 배비 등 작전(전투)에 관한 권한이며, 군정권은 병력보충, 교육훈련, 전투근무지원 등에 관한 권한이다.
이를 작전지휘권과 통제권에 대입하면 지휘권은 군령과 군정권 모두를 행사하는 포괄적 권한으로 특히 전시 전쟁지도체제 하에서는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이다. 반면 작전통제권은 군령권에 국한하는 것으로 오직 군 조직의 작전(전투)행위에 한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며 유엔군 사령관에게 위임된 권한이 여기에 해당된다.
참고로 현재 국군은 대통령이 국방장관 보좌를 받아 지휘권(군령권 + 군정권)을 행사하며 군령권은 합참의장이, 군정권은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의 권한으로 법규화 되어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전반적인 전쟁지도 및 지휘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행사하며, 한미연합사령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쟁지도 및 지휘 아래 군사작전에 관해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다국적군 구성시 작통권 위임은 보편적 현상
작금의 안보체계는 2개 이상의 국가가 모여 「집단안전보장체제」를 갖추는 것이 통례이며 한·미 상호방위조약, 미·일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군사작전은 다국적군이 하나의 통일된 지휘·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연합작전을 구사하게 되며, 이런 경우 통상 군사력이 큰 국가나 지원을 주도하는 나라에서 작전통제권을 갖게된다.
예를 들면 걸프전, 이라크전 등 중동전쟁에서 다국적군이 구성되었으며 여기서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 연합군의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미국의 군사력이 크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할 국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평시 작전통제권은 이미 한국군에 이양된 상태이며, 전시작전통제권도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로 이전됐다.
한미연합사는 양국의 대통령과 군사위원회 전략지침에 따라 작전을 통제하되, 4성장군인 미군사령관과 한국군 부사령관이 서로 상의하여 작전을 수행하게 되어있다. 또 예하 구성군사령관은 한·미 장군들을 비슷한 숫자로 임명토록 되어있다.(예: 지상구성군사령관은 미군, 해군구성군사령관은 한국군 임명)
작통권 환수 후 문제 꼼꼼히 따져야
정치권에서도 작전통제권의 범위와 한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민족적 자존심과 국민정서에 호소하거나 ‘지금 당장 환수해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정말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확보한 것일까? 아니면 친북 반미 좌파성향을 가진 위정자들의 정치논리에 의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작전통제권 환수 뒤에 나타날 여러 가지 현상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군에 작전통제권이 주어지면 역할이 없어진 한미연합사 해체는 당연하며, 한미연합사 해체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져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결국 국가안보에 부정적 영향과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미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후 수반되는 전력공백과 부족한 정보수집 수단의 확충, 전투물자의 추가비축 등에 약 7백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므로 과연 원활한 예산확보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유사시 미군의 즉각적·자동적 증원은 가능한가. 현재는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과 미 본토 및 태평양 일원에 준비된 제3원정군의 약 70만명에 달하는 병력과 장비가 자동 증원되도록 계획되어 있으나 미군철수 후에도 이의 지속적인 증원은 보장 될 것인가.
또 미군 없이도 북한의 핵무기, 화학무기 등 소위 비대칭전력의 통제가 가능한가. 재래식전력에서 대북 우위를 달성한다 해도 비대칭전력에 관한 한 재래식 전력의 강약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
평등한 자주, 때론 국익 위해 양보해야
여권의 한 고위인사가 『통일의 당사자가 작전통제권을 가져야 상대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인정받는다는 말인가. 적에게 인정받기 위해 안보의 현실의 왜곡하고 혈맹과의 우호관계를 해쳐도 된다는 말인가.
난관에 봉착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돌파구 마련이나 미사일 발사로 고립되고 있는 북한지원, 인사잡음 호도, 지지도 만회 등을 노린 당리당략이나 정치술수라면 당장 논쟁을 중단해야한다.
안보는 현실적 문제가 가장 우선 고려되며, 매우 하찮은 점까지도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군대 육성의 근본 목적은 전쟁방지에 있다. 우리 군이 대북억지력을 완벽하게 갖춘 후 작전통제권을 환수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해서 자주성이 없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월남이나 이라크전장에서 미군에게 작전통제를 받았거나 받고있음이 자주권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가.
지구상 미국을 제외하고 어떤 국가도 홀로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자주국방을 내세워 동맹관계를 해치고 미군들을 이 땅에서 철수시킨다면 북한의 주장을 돕는 꼴이 되고 과도한 안보비용부담에 경제는 주름이 깊어질 것이다.
힘세고 돈 많은 ‘안보스폰서’를 自主내세워 ‘등 떼미는 격’은 국익을 도외시한 자충수를 두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 서태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