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과 주변국의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국제정세는 요동치고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성공여부를 떠나 그 상징성과 파장은 매우 크다. 국제적으로는 연쇄핵무장을 불러와 미국중심의 힘의 균형(Power balance)이 와해되어 세계는 다시 한번 큰 전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미 예일대 윌러스틴 교수는 2015년에 핵보유국이 최대 25개국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교· 안보· 국방· 경제 등 국가 전 분야에 걸쳐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이거나 획기적인 변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설마 북한 같은 약소국이 전쟁을 일으키겠느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유엔의 제재가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1차 세계대전이 약소국이었던 세르비아 젊은이들의 총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북한은 헌법 60조에 소위 「4대 군사노선」을 규정해 놓고 軍이 선도하여 국가를 통치하는 세계유일의 이른바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펴고 있다. 또 헌법보다 상위규범인 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적화통일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휴전선에 방사포와 자주포를 집중 배치하여 순식간에 수원, 원주까지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으며 6백기 이상의 스커드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을 강타할 수 있다. 여기에다 생화학무기와 핵무기를 합친다면 공포의 전율을 느낄 만 하다. 이 시간에도 북한 전체 인구의 30%이상이 무장하고 대한민국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며 ‘적화혁명 완수’를 외치고 있다.
우리 국민에겐 지금 이런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정부가 햇볕정책이니 포용정책이니 하면서 북한을 감싸고 퍼주기만 한 결과다. 1995년 이후 정부차원에서 퍼준 건만 약 10조원에 이른다. 민간지원을 합치면 수십 조 원에 이른다. 이런 지원을 하고도 돌려 받은 것은 핵무장 선언이다.
더욱이 정부가 앞장서 반미·연북(反美·連北)을 외쳐대니 한미동맹은 이완되고 국민의 대북 경계심은 무장해제 됐다.
핵실험 후 많은 네티즌들이 이를 축하하고 민족의 경사 운운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도 전장(戰場)에 나가 싸우겠다는 젊은이들이 열에 두 명 꼴도 안 된다. 안보를 말하면 수구꼴통, 反 통일세력으로 몰아 붙인다. 핵실험한 북한제재에 강력하게 동참하는 문제도 북한과의 충돌을 우려해 주저하고 있다.
국가는 왜 있고 군사력는 무엇 때문에 건설하고 있는가. 국민복리 증진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협하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국가적 자존심도 없고 군사적 자신감도 잃어버렸다면 이는 국가가 아니다.
새 판을 짜야한다.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안전하게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싶어서이다.
국가의 힘은 국민의 정신에서 나온다. 우리의 삶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우리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고 있다. 그래서 사재기나 금융대량인출 같은 사태도 없었다.
북한의 핵보다 우리국민의 「안보불감증」이 난치병처럼 생각된다. 결국 핵보다 더 무서운 건 「안보불감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