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제1회 성주참외축제 때 농민회의 반발로 무산된 백년설추모가요제는 3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그 분의 고향인 성주에서는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외지에서 추모모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성주에 거주하는 성주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는 이미 수년 전에 재경향우회원들이 백년설추모사업회를 만들어 책을 통해 그분의 일대기(一代記)를 조명하고, 일제 강점기 민족혼을 일깨운 그분의 명곡들을 모은 CD를 세상에 내놓아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 외에도 남백송씨가 발족시킨 백년설기념사업회가 적극적으로 백년설추모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대구의 「백사모」(백년설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부산의 백년설기념사업회 역시 여러 번의 모임을 갖고 국민가수 백년설을 열정적으로 추모해오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진주와 목포에서는 같은 시대의 훼절 가수였던 남인수와 이난영을 기리기 위한 가요제를 각각 한해 두 차례나 개최하고 있는데 이 가요제에서 백년설 가수의 망국지한(亡國之恨)을 담은 노래들(나그네 설음․번지 없는 주막․고향설 등)이 두 가수의 노래들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애창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 동포가 사는 곳에서는 어디든지 백년설 노래모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백년설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공연단을 만들어 중국의 각 성(省)을 돌며 공연 중에 있을 뿐만 아니라 상해(上海)에서도 「백년설가요제」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는 뉴스를 2006년 10월 17일 자 성주신문이 전한 바 있다.
이처럼 백년설 가수와 그의 노래는 타 지역과 외국에서 깊이 흠모(欽慕)되고 애창되고 있지만 정작 그의 고향에서는 홀대(忽待)와 폄하(貶下)를 당하고 있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동 가요제 개최를 반대하는 단체는 친일 가수의 가요제를 개최하게 되면 선비의 고장인 우리 성주의 명예가 크게 훼손된 다는 점을 내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성주보다는 순국지사가 몇 배나 많고 교육과 문화의 수준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 왜장(倭將)을 수장(水葬)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의기(義妓) 논개(論介)의 애국혼(愛國魂)이 살아 숨쉬고 있는 진주에서는 남인수의 친일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를 제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똑같은 시대 백년설과 남인수와 함께 훼절곡(毁節曲:강압에 못 이겨 억지로 부른 노래)을 부른 이난영의 고향인 목포시에서는 1억원의 시(市) 예산을 들여 그의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경기도 파주에 있었던 그의 묘까지 목포로 옮겨 수목장(樹木葬)으로 치름으로써 목포시청과 시민들은 이난영 가수의 업적을 높이 기리고 그를 숭앙(崇仰)하고 있는데, 이들 두 가수보다 월등했다고 하는 백년설의 고향 성주에서만 그의 추모가요제를 개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친일이 문제라면 육당 최남선이 쓴 독립선언문도 3․1절 기념행사 시 낭독해서는 안 될 것이며, 1942년 일본의 만주국 괴뢰정권 수립(1932년)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장(독일)에서 친일 공연을 담당한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우리의 애국가(愛國歌)도 우리 모든 국민들은 부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이뿐 아니다. 일본군의 무기제조를 위하여 조상 대대로 애지중지해 오던 유기그릇을 강제 헌납한 한국의 모든 어머니들과 한 푼의 보상비도 받지 못하고 추수한 벼 가마를 몽땅 갖다 바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이 땅의 수많은 농민들과 강요된 신사참배에 동참한 무수한 국민들과 강제징병과 징용에 끌려간 수많은 젊은이들도 친일 행위를 했다는 폄하를 당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창씨개명(創氏改名)문제를 두고 말하면 우리나라 국민 치고 친일행적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왜놈 성으로 바꿀 것을 강요당하고도 끝까지 버티어낸 문중과 집안은 이 나라 안에는 전무(全無)했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러할 진데 누가 누구를 향하여 감히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폐일언(蔽一言)하고 성주군청은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내세워 내년 봄부터 백년설추모가요제를 반드시 개최할 것을 백년설의 노래를 사랑하는 군민들의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한다.
사외(社外)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