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돌 한 덩이 묻어 다녀서
오늘은 마음먹고 앉아 물 한 대야 떠놓고
이름도 모르겠다
발뒤꿈치 다스리는 도구 하나 가지고
각질을 긁고 갈아서 벗겨낸다.
살아온 삶들이 얼마나 메말랐으면
이렇게 육신의 일부가 딱딱한 돌이 되었을까.
몸에 붙어있지만 피가 돌지 않고
숨을 거두었으니 이건 시체다.
간단치 않은 삶을 반세기 넘어
끌고 다니느라 내 발은
이승과 저승을 깜짝깜짝 넘나든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다난한 삶이
때때로 지뢰밭이어서
발이 마음 한번 잘못 먹어
한 발자국만 삐끗했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날 숱하게 많았으니
반쯤 초죽음이 되는 것도 당연하겠지.
신체의 일부는 죽어도 짐이 되어
살아 있는 반신의 뒤꿈치를
갈라지게 하고 더욱 아프게 한다.
아직은 생에 미련이 많아서
물 한 대야 떠놓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반은 죽어 서성이는
뒤꿈치의 목숨을
이승으로 확실하게 데려다 놓기 위해
붙어서 아픈 주검의 조각들을 잘라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