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학부모 여러분,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 참으로 행복하실 것입니다.
‘방학(放學)’은 ‘배우는 일에서 잠시 놓이는 기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업에서 손을 아주 놓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의 정해진 틀에 매여 지내다가 좀더 자유롭게 가정학습, 체험학습, 여행, 연수 등을 통해 충실히 공부하는 기간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소질을 살려서 학습에 집중하도록 가족들이 함께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지역의 중등학교 학부모님들께서 올바른 자녀 교육관을 가지시고 이번 겨울방학 내내 자녀와 더불어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당부 말씀을 아뢰고자 합니다.
첫째, 귀하게 될 인물이라 믿으시고 자녀를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식은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자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때로는 섭섭한 경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자녀들의 개성과 취미생활을 존중해 주시고 부모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당장에 꺾으려고 몰아세우지 마십시오.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애물단지라고 속상해 하지 마십시오.
오래 참으며 기다려 주기 바랍니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간섭하게 되고, 큰 소리로 야단도 치고,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까지도 용납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그래서 사랑에는 수고와 아픔이 따른다고 합니다.
애물단지를 넉넉한 품으로 사랑해 주면, 보물단지로 변하여 부모를 기쁘게 해 드릴 것입니다.
둘째, 자녀들 앞에서 희망을 주는 좋은 말을 하기 바랍니다.
때로는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지라도 막말을 하지 마십시오.
“사람되기는 틀렸구나!”, “꼴도 보기 싫다!” 등등 홧김에 하는 말은 듣는 아이나 말하는 부모에게나 독을 마시는 것처럼 해악을 끼칩니다.
칼에 베인 상처는 금세 나아도 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시절은 나름대로 번민하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시기입니다.
성장과정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시고 자녀의 언행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주십시오.
물론 성화를 낼만큼 자녀가 원인을 제공하겠지만, 그래도 부모이기에 삭이고 사랑하기에 감싸주어야 합니다.
영국 속담에 이르기를 ‘칭찬은 귀로 먹는 보약’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칭찬거리를 찾아내어 자주 칭찬해 주기 바랍니다.
셋째, 자기 일은 스스로 하도록 자립심을 길러 주기 바랍니다.
공부한다는 구실로 대다수 학생들이 자기 방 청소도 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대신합니다. 한꺼번에 안 되겠지만 서서히 바꾸셔야 합니다.
집안 청소하는 날을 정해서 온 식구가 함께 청소를 해 보십시오.
방학생활 계획에 따라 시간 활용을 잘하는지 살펴보시고 자신과의 약속을 실행하는 힘을 길러 주기 바랍니다.
무슨 일을 결정할 때는 취지와 배경을 잘 설명한 뒤 마지막 결정은 자녀가 하도록 배려하고 그 의견을 인정해 주십시오.
부모님이 보시기엔 한참 철이 없어 보여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진로와 직업 선택, 친구 사귐에 대해 엄청 고민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시기입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은 줄이고 믿음을 키우셔야 합니다.
요즈음 새로 만들어진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이 있습니다.
늘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간섭하고 지나치게 보살펴주는 것을 겨냥해서 생긴 말입니다. 부모가 지닐 좋은 태도는 아닙니다.
넷째,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동체험 시간을 많이 가지기 바랍니다.
어머니는 주말 연속극을 시청하면서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야단친다면, 자녀들은 선뜻 수긍하지 않습니다.
마지못해 책상에 앉아 있어도 학습에 집중을 잘 못합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가 변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자녀 곁에서 함께 독서를 하고, 편지를 쓰고, 가계부를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청소년에게 여행과 영화감상은 더없이 즐거운 선물입니다.
긴 방학 동안 하루만이라도 온 가족이 함께 겨울바다 여행을 하고, 산행을 즐기면 좋을 듯합니다.
지역 문화예술회관에 특별한 문화행사가 열리면 자녀를 데리고 연주회에 참석하고, 영화도 감상하기 바랍니다.
부모님이 짬을 못 내시면 친구끼리 관람하도록 허락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주선해 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부모님의 일터에서 노작활동을 돕게 하고, 여가를 내어 가족끼리 근사한 식당에서 외식을 즐긴다면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진하게 느끼고 행복한 마음에 푹 젖게 될 것입니다.
오래도록 간직할 갖가지 추억을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학부모 여러분, 사랑하는 자녀의 밝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십시오.
이목구비 생김 하나하나가 영락없이 부모님을 닮았습니다.
신비롭지 않습니까? 걸음걸이를 보십시오, 부모님의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우리 아들, 우리 딸, 힘들지 않니?” 자주 격려해 주시고, 슬그머니 다가가서 꼭 껴안아 주십시오.
여러분의 아들, 딸이 대를 이어서 우리 고장 성주와 나라를 빛내는 훌륭한 인물이 될 것입니다.
이번 방학 기간에 부모님께서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해 주기 바랍니다.
정해년(丁亥年) 새해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모쪼록 올 한해에 자녀 농사도 성공하시고 참외 농사도 풍작을 이루어 집집마다 겹경사가 있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