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가는 산 중턱에는 어린 참나무들이 애써 누런 이파리들을 붙들고 있다 다른 나무들 낙엽 지고 앙상히 맨살로 서 떨고만 있는데 겨울이 다 가도록 서걱이며 비벼대며 앙버티고 있다 어차피 칼바람에 눈보라 몰아치면 하나하나 떨어지고 말 테지만, 얼음장 밑에서 물이 흐르고 새잎 돋아나는 눈이 틀 때까지 겨울바람 앞에서 함께 소리소리 치고 있다. ----------------------------- 눈 덮인 겨울 산에 오르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참나무 잎이다. 솔이나 대나무 같은 사군자로 이름 높은 상록 초목 아닌 것들은 모두 누렇게 변하여 떨어질 것은 떨어지고 흙에 묻힐 것은 묻혀버려서 하나의 빛깔로 섞이어 그 존재를 가늠하기 어려울 때, 흙빛이면서 유독 흙이 되지 않으려고 앙버티는 것이 바로 이 참나무 잎사귀다. 시인은 이 잎사귀들도 ‘칼바람 눈보라 몰아치면/ 하나하나 떨어지고 말’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인은 ‘겨울바람 앞에서 소리소리 치고 있’는 어린 참나무들을 주목한다. 어린 참나무들은 이렇게 자신을 단련시키면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키워나간다. 그것이 성장이다. 성장하는 생명체들은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을 진행시킨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싸움은 언제나 시간과의 긴장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세워가는 과정임을 시인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사멸(死滅) 앞에 선 존재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유치환, ‘깃발’)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외침과 긴장 때문에 모든 생명체가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눈 오는 날엔 어린 참나무들이 모여 살고 있는 뒷산에 올라가서 그들의 절절한 생명의 노래를 들어볼 일이다. 배창환 (시인 · 성주문학회)
최종편집:2025-05-13 오전 11: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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