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 산수유나무는 이른 봄 산이나 마을에 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이 땅에 온다. 산수유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의 마음은 일렁이기 시작한다. 마음 깊숙이 잠들어 있던 피가 깨어나고 감각기관이 조금씩 살아난다. 사람들이 산수유나무가 있는 곳으로 마음 끌리는 것은 꽃이 이뻐서가 아니다. 꽃이야 그보다 더 이쁜 꽃이 얼마나 많은가. 꽃이 드리우는 그늘 때문이다. 그 곁에 서면 잔치집에 온 것 같이 들뜨게 되고, 얼굴을 온통 환하게 물들이는 꽃들의 입김에 푹 젖게 된다. 그래서 지리산 산동 산수유마을은 봄날 내내 붐비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 북새통에 몸살을 겪는다. 하지만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그 마을 사람들과 시인만이 알고 있다. 열매 농사가 아닌 그늘 농사라니! 산수유는 꽃보다 그늘이 깊은 꽃이다. 사람들이 사느라 상처 입은 몸들을 쉬게 하려고 그늘 아래 찾아드는 것이다. 산수유나무의 그늘은 무게가 있다. 배창환(시인. 성주문학회)
최종편집:2025-05-14 오후 05: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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