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이 체결됐다. 이제 양국 수뇌가 협정문에 서명하고 국회 비준을 거치면 정해진 틀 안에서 자유로운 통상관계가 이루어 질 것이다.
FTA 결과를 두고 우리나라는 찬반양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다 내주고 얻은 것이 없는 졸속 협상」이라며 국회비준 거부 등 거친 항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 또한 너무 많이 양보한 협상이라며 여러 가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한미FTA 체결의 빛과 그림자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있는 놀라운 미국의 세계경영전략을 짚어보고자 한다.
미국은 왜 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 한국을 FTA의 파트너로 선정했을까?
그 해답은 아시아지역에서의 경제적, 군사적 헤게모니(주도권)를 장악해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제적 실리와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미국의 세계경영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장차 미국의 세계경영에 가장 걸림돌이 될만한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벌써 미국에 이어 G2로 평가되고 있으며 실제 국제무대에서 막강한 슈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게 위협을 주고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중국의 지난해 외환보유고는 1조6백63억 달러로 세계 1위,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0조 달러로 13조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지난 15년 동안 연평균 10%를 상회하는 고속성장, 13억 인구가 뿜어내는 생산력과 시장을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 2조6천8백17억 달러, 대외교역 1조7천6백7억 달러, 외국인투자가 6백30억 달러에 달해 7년마다 경제규모가 2배씩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상하이협력기구(SCO),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체결한 카프타(CAFTA) 등으로 에너지 보고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중앙아시아, 에너지 공급기지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로 경제적 협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 10개국과 맺은 18억 인구의 FTA(카프타 CAFTA)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더불어 세계 3대 경제블록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ORUS FTA 근본 목적은 중국 견제
경제적 실리․안보, 두 마리 토끼 노려
새롭게 떠오르는 아시아의 황금시장을 미국이 놓칠 리가 없다. 더욱이 최근 아시아 제1안보동맹 한국의 제1교역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은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환태평양 국가 모두가 참여하는 APEC-wide FTA를 만들자는 「하노이 비전」을 발표하고 그 첫 단계로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 FTA를 성사시킴으로써 대중국 견제의 교두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안보적 측면을 살펴보면,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중국 포위전략을 구사해 왔다. 한반도의 친중국화 거부, 일본의 군사력 강화 및 친미화, 인도의 핵개발 묵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강화, 아프가니스탄 공산화 거부, 한국․일본․필리핀․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의 병력주둔 등이 대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중국은 남미, 아프리카 공략에 이어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취하며 미국의 독점적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F-16에 필적하는 젠-10 개발, 달 탐사위성 창어1호 발사, 2009년 화성탐사, 2010년 항공모함 완성, 2012년 태양 탐사 콰푸 A호 발사 등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경계심을 유발하고 있다.
거대한 중화경제권의 탄생과 더불어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확대, 군비증강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며, 전통적인 대중국 포위전략의 효용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미국은 그 대안으로 FTA를 큰 틀에서 외교안보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요르단, 한국과의 FTA체결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 혈맹관계에다 세계 11위의 시장이어서 안보와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안성맞춤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중국, 일본 등과의 FTA협상이 쉽지 않은 가운데 세계경영전략상 한국의 선택은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것이었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과 포괄적 경제․안보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대중국 견제는 물론 한반도, 일본 등 여타 아시아 국가와 태평양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미FTA 협상에서 더 많은 실리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아쉬운 점이 있다.
아무튼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은 타결됐고 그 약속은 이행될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미국의 세계경영전략을 잘 이용해 실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벌써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우리와 FTA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이 서두를수록 우리에게는 「꽃놀이 패」다. 이 「꽃놀이 패」를 잘 활용해 동아시아 경제의 주도적 역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외교적 수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