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사 평/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만들어낸 문학축전
심사위원/김종인(시인)/
2007년도 제7회 성주학생문학상에 응모한 많은 작품 중에서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은 중등부 33명, 고등부 28명의 작품이었다.
작품의 수준이 대체로 고르며 평년작이라 할 만한데, 예년에 비해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중등부 산문에는 독후감(벽진중 도정희 학생의 “향수”), 생활글(성주중, 한빈 학생의 “함께 하는 기쁨”), 체험학습기(용암중, 김진영 학생의 “별고을 아이들 서울 구경하던 날”) 등이 있고, 특히 중학생으로 쓰기 힘든 소설이 한 편 올라왔는데, 성주중학교 학생의 “마술”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요즘 인터넷 상의 사이버 문학 마당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수많은 작품들 중 하나가 아닐까 의심날 정도로, 환상적이며 가상적인 배경과 생기발랄한 감각적인 문장, 게임의 스토리를 옮겨놓은 듯한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펼치고 있는데, 인터넷 상 사이버 문학 마당의 판타지 소설에 너무 흡사하고 중학생 수준의 서사적 글쓰기에서 벗어난 작품이라 상위 입상에서 제외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고등부 시부문의 작품 중에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인기 댄스 그룹의 노래 중 랩 음악 장르의 노래 가사와 비슷한 시가 최종심에 올랐는데, 나름대로 진정성은 이해가 되지만, 운율과 흐름이 노래 가사류와 너무도 흡사하고 통속적이라 상위 입상에는 실패하였다. 그러나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이 눈에 보이고 앞날이 기대되는 인상 깊은 작품이다.
중등부 대상으로 선정된 성주중학교 1학년 배성중 학생의 시 “하늘 액자”는 발상과 표현이 모두 우수하고, 선명한 이미지가 깔끔한 작품으로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고등부 대상으로는 시 부문에 응모한 성주고 여동현 학생의 “날아오르다”도 충분한 자격이 있으나, 다소 산만하며 시적인 구성에 약점이 있어, 성주여자고등학교 김문경 학생의 산문 “지금 날아가고 있단다”에 대상을 양보하고 말았다.
시를 다루는 솜씨는 충분히 증명되었으니, 체험을 바탕으로 좀더 깊은 내적인 사유 속에서 시상을 붙잡아, 시적인 형상화에 신경을 쓰면서 많은 습작을 한다면,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이니 분발하기 바란다.
고등부 대상으로 선정된 김문경 학생의 “지금 날아가고 있단다”는 한국전쟁 때 혼자 남쪽으로 내려와 평생 고향을 그리워 하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죽음을 소재로 하였는데, 할아버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에 대한 열망이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중간 부분이 너무 지루하니, 문장 수련에 좀더 노력을 한다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성주 지역은 학교와 학생 수가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 응모되어 성주문학상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 학교에서 너무 많은 작품을 응모하는 것보다는 성주 지역의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문학 축전이 되었으면 더 좋겠다는 것이다. 올해 성주학생문학상을 받게 되는 31명의 예비문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성주학생문학상 중학생부 대상(시)
하늘액자/
성주중 1학년 배성중
새파란 하늘 속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얼굴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
구름처럼 고운 백발
저 바람처럼 심심한 미소
동생과 그만 좀 싸우라고
꾸중하시던 얼굴이
무지개마냥 하늘 한 켠에 걸려 있다
그런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도
새파란 하늘 속에
선명히 담겨 있네
“성중아, 대상 탔다!”
어제 나를 부르신 국어 선생님 말씀! 뜻밖의 결과에 나는 해냈다는 생각에 잠시 감격에 겨웠다. 이렇게 뜻깊은 상을 내게 주신 성주학생문학상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늘 저를 보살펴 주시고, 아껴 주셨던 할아버지. 그런데 나는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도 모르고 살아 계실 때 할아버지께 애만 먹였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 땐 왜 그랬는지 후회스럽다.
지금도 하늘을 볼 때마다 할아버지가 너무 너무 그립다. 할아버지가 주신 상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아름다운 시를 써나가고 싶다.
◆성주학생문학상 고등학생부 대상(산문)
지금 날아가고 있단다
성주여고 3학년 김문경
유난히 무더운 어느 여름 방학이었다.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어머니다.
“문경아, 할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시니, 빨리 와서 뵈어야겠다.”
어머니, 아버진 요 몇 주 째 할아버지께서 계신 대구 병원에 가 계셨다. 할아버지께선 몇 년 전, 후두암에 걸리셨다가 다행히 초기 발견으로 다 나으셨는데, 갑자기 몇 달 전 위암 말기라는 큰 병을 다시 얻으셨다.
“엄마,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보충 끝나는데 그때 가면 안 될까? 수업도 빠져야 되구…….”
“오늘 엄마 친구들이 병문안 오기로 했으니까 그때 차 같이 타고 오면 된다. 며칠 좀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 옷 같은 것도 좀 싸오고……. 알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학교 수업에 빠지지 않게 하시던 어머니께서 빨리 오라고 재촉하셔서 좀 이상하긴 했지만, 많이 위독하시나 보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기로 했다. 선생님께도 말씀드리려 하니 다 알고 있다며 빨리 가보라고 하셨다.
“에이, 귀찮은데 갔다가 빨리 집에 오자고 해야지. 아님, 나 혼자라도 오든가.”
아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빨리 집에 올 거라 생각하고 챙겨야할 옷도 많이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시다고 했는데도 나는 무척 태연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오랫동안 편찮으셔서인지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이다. 그때 아주머니께서 연락이 왔다.
“문경아, 내려오너라. 가자.”
아주머니들께서 밑에서 날 기다리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그래, 힘들지? 문경인 좀 괜찮니?”
“네? 음……. 네.”
‘뭐가 괜찮냐는 거지? 얼마나 많이 편찮으시길래, 날 걱정해주시나?’
이상하게 여겼지만, 다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만촌역에서 내리라고 하셨어요.”
“아, 그래?”
병원이 대구 수성구에 있어서 지하철로 가는 것이 훨씬 빨랐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차를 타고 문양역까지 가기로 했다. 차로 가는 길에 한 아주머니께서,
“아이구,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 말이야. 절을 못하겠네.”
“그래. △△엄마, 옷에서 맛있는 냄새나네, 뭘 그렇게 많이 먹었어?”
뭔가 또 이상했지만, 난 다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또 한참 뒤,
“○○엄마, 얼마 정도 넣었어? 봉투 있으면 나 하나만 줘봐.”
나는 기분이 정말 이상해졌다.
‘절, 봉투…….’
그 때 아주머니들의 옷이 내 눈에 띄었다. 검은 옷이다. 분명 세 분 모두 똑같이 검은 옷이다.
마침 그 때, 휴대폰에 문자가 한 통 왔다. 아버지였다.
「문경아, 맘 단단히 먹고 와라.」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단지 많이 편찮으셔서……. 많이 편찮으셔서.’
그리고 또 얼마 후 문자가 왔다.
「문경아, 할아버지께서 많이 위독하셔. 그래도 넘 걱정말구, 알았지? 괜찮으실 거야.」
어머니였다.
‘그래, 무슨……. 그렇지?’
이윽고, 문양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탔다. 대구에는 밤 10시가 넘어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오갔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등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왠지 내가 초라해 보였다.
‘에잇, 이게 뭐야. 공부도 못 하게…….’
갑자기 나는 짜증이 났다. 그러나 다시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빨리 다시 일어나셔서 금강산도 가 보시고, 고향에도 가 보셔야지.’
할아버지께선 북한이 고향이시다. 6?25때 혼자 남으로 내려오실 때 고향땅을 밟으신 후, 그 이후로는 디디고 싶어도 디디지 못한 곳이 되어버린 그곳을 늘 그리워하셨다.
‘50년이 넘도록 친가족과 떨어져 지내셨는데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
난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마 안 있은 뒤, 만촌역에 내렸다. 지하철역 바로 옆에 할아버지께서 계신 병원이 있었다. 아주머니들을 따라 들어가면서,
‘할아버지, 빨리 나으세요. 그래서 우리 꼭 같이 손잡고 금강산 구경도 가구요, 빨리 통일 되면 할아버지 고향에도 가보고…….’
그때 할아버지께서 계신 곳에 다다랐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할아버지께서 나를 환한 얼굴로 반겨주셨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선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셨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할아버지 영정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할아버지께 해드리려고 준비한 말들은 차마 음성으로 내뱉지 못할 말이 되었고, 나의 방문은 병문안이 아닌, 문상이 되었고, 나는 상주 가족이 되었다.
내가 기도를 마친 뒤, 어머니께서 나를 꼭 안아주셨다.
“어제 밤에 눈 감으셨어. 우리 딸 마음이 여려서 말을 못하겠더라. 안 놀라게 하려고 그랬는데……. 괜찮아? 울지 말구……. 할아버진 천국 가셨으니 이젠 괜찮단다.”
그래도 차마 준비하지 못한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진정이 되질 않았다. 모든 게 진실이었던 것이다. 아주머니의 절도 봉투도 검은 옷도……. 차마 준비하지 못한 옷, 나의 초록색 옷은 나를 장례식장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병원에 오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 오기 귀찮아했던 것, 나만 생각했던 것, 할아버지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 공부하고 돌아오는 다른 고등학생들을 부러워했던 것, 그 때문에 짜증냈던 것…….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보고서 그제 서야 할아버지에 대한 더 큰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제 서야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무엇 하나가 생각나,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할아버진 아직 천국 문 앞에 다다르지 못하셨을 거야.”
어머니는 의아해 하시며,
“응? 그게 무슨 말이니?”
“할아버지 평생소원 있잖아. 고향에 가 보시는 거. 그거 이루시려구 지금 열심히 북한으로 날아가고 계셔. 이제 드디어 고향에 다시 가보시는 거야. 살아계실 때 가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다음에 통일되면 말야, 내가 꼭 할아버지 영정을 안고 할아버지 고향에 가 볼꺼야. 날아서 직접 가보셨겠지만, 내가 또 보내드려야지.”
우리는 서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서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계셨다.
‘지금 날아가고 있단다.’
빨리 통일이 되어 할아버지가 겪으신 분단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저에게 이렇게 큰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천국에 계실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무척 기뻐하실 텐데요.
문득 할아버지께서 웃고 계시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찡해 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때라서 그 당시에 일어난 감정과 느낌이 글에 잘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할아버지의 아픔을 씻어드리기 위해 통일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서 할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시던 그러한 분단의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저에게 할아버지께 기쁨이 되어드릴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대해 한 번 더 큰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