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에 버려진 생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비워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 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
이 시는 버려진 것들의 시다. 그것들이 얼마나 맑고 쓸쓸한 것들인지. 때로 아무도 찾지 않는 처마 밑에서 밤새 울기도 하고 감나무 그늘에서 썩어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꽃을 피우기도 한다. 썩어가면서 꽃을 피운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 주위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누군가 거름자리나 밭둑에 버린 참외가 썩으면서 자라는 개똥참외를 보면 키우고 싶고, 학교 앞에서 파는 다 죽어가는 병아리도 사다 키우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이런 쓸쓸함에 대한 예감이 담겨 있다. 이런 마음, ‘버려진 것들의 / 쓸쓸함이 /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시인은 참 쓸쓸하거나 쓸쓸함의 힘을 아는 사람이 틀림없다. 세상은 이런 쓸쓸함이라도 있어서 살 만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 배창환(시인.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