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순·서 1. ‘風前燈火’ 우리 농업·농촌의 현주소를 보다 2. 농촌체험관광의 선두주자, 일본을 집중 해부한다(上) 3. 농촌체험관광의 선두주자, 일본을 집중 해부한다(下) 4. 농촌 활력 찾기…성공 열쇠는 ‘지역민’에 있다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농업·농촌의 패러다임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 농촌은 지난 60년대 초반부터 진행되어 온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농촌사회 전반에 걸쳐 총체적인 인구감소와 함께 고령화·부녀화라는 인구 구성의 변화 등 농업·농촌의 구조적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게다가 WTO·DDA·FTA 등 농산물 시장개방화에 따른 농가소득의 불안정과 농촌지역 산업의 정체 등이 더해지면서 농촌마을이 활력을 상실했다는 심각한 우려가 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도시 소비자의 니즈(needs)가 변화하면서 「농촌관광」이야말로 농촌의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기 위한 이른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즉 최근 주5일 근무제가 점차 확대되면서 도시민의 여가시간이 증대했음은 물론 교통수단의 발달과 도시환경 악화에 따른 전원생활 욕구 증대, 물질적 풍요에서 생활적 가치를 추구하는 등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지역 특성을 활용한 「농촌체험관광」의 미래가 밝아졌다는 것. 이와 같이 당면한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민에게는 여유 있는 휴식공간을, 농촌주민에게는 농산물 판매와 가공사업·숙박과 음식물서비스 등 소득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팜스테이 마을」 육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관련 사업을 계획해 추진 중에 있으며, 성주군 역시 수륜 중기마을, 월항 작촌마을의 녹색농촌체험마을과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정보화시범마을, 팜스테이마을 등 각종 농촌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대다수 지자체가 그러하듯 성과는 만족치 못한 수준이다. 이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는 위기에 놓인 한국 농촌의 건실한 발전 대안을 모색코자 하는 취지에서 선진 그린투어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의 해외공동기획취재를 실시했다. 이번 취재에는 본지를 비롯한 전국 15개 일·주간지 기자 15명이 참석했으며, 지난 3일부터 한국언론재단 대전교육센터에서 사전연수를 가진 데 이어 10일부터 18일까지 9일 간에 걸쳐 일본 큐슈지방을 순회하며 선진 팜스테이 마을을 심층 취재했다. 이번 해외 공동취재를 통해 얻은 각종 정보는 본지 제421호부터 총 4회에 걸쳐 집중 보도키로 한다.【편집자주】 *일본형 농촌관광의 성공 전략 일본은 바다·산·마을이 만들어내는 자연과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과 공생하는 전통·문화·생활이라는 풍토를 키어왔다. 「일본형 농촌관광(그린투어리즘)」이란 바로 이 독특한 문화와 접촉하며 그것을 키워 온 사람들과 또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일본의 본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풍토를 체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일본의 전통·문화·풍토의 매력은 국토의 약 90%를 차지하는 「시골=농·산·어촌」에 많이 남아 있으며, 도시에서는 일본의 또 하나의 얼굴이자 원점인 시골을 찾아 사라져 가는 일본의 자연과 문화의 매력을 배우고 있다. 이런 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본의 성공적인 농촌관광마을에서는 먼저 「농촌다움」이야말로 농촌이 가진 최고·최대의 경쟁력임을 인식하고, 농촌경관 등 지역자원을 살려 도시주민에게 판매하기 위한 컨셉 만들기에 열중했다. 이어 도시민들의 욕구 변화를 감지하여 미리부터 친환경에 주목했으며, 경관·환경 등 지역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개발에서 탈피해 창조적 지역문화를 만들어 도시주민을 지역으로 유치하는데 주력했다. 그렇다면 이들 마을 농촌관광의 궁극적인 성공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사람에 있다. *미래 농촌의 성패, 사람에 있다 일본에서 농촌관광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역동적으로 변화·발전하는 지역이나 마을에는 무엇보다 지역민의 리더로서 훌륭한 자질과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있다. 또한 지도자를 주축으로 믿고 따르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역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주민의 참여가 활성화될 때 계획의 합리성과 사업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추진되는 사업들은 마을 공동체가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되는 상향식 사업을 주를 이루기 때문에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운영을 위해서는 주민참여를 어떻게 유도해 나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일본농촌발전의 성공모델에서도 두드러졌는데, 일본 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관광지로 꼽는다는 유후인은 지역특색을 활용한 훌륭한 전략과 이를 이끌고 뒷받침해 줄 훌륭한 리더와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곳이다. 지난 1952년 일본 중앙정부가 리조트 관광지 개발을 위해 유후인 분지에 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수립하며 엄청난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유후인 농업인협회와 청년회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추진해 끝내 백지화시켰다. 물론 이는 댐 건설 반대운동가였던 초대 정장 이와오 히데카즈의 주도 하에 이뤄진 것으로, 이후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쉬고 갈 수 있는 온천 조성」을 목표로 마을 가꾸기 운동을 벌이면서 유후인은 서서히 건전한 온천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유후인이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을 굳히게 된 계기는 야쿠자 두목의 등극 축하연 계획이 전해지면서로, 이를 개최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축하연은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후인의 모든 상인들은 좌시하지 않고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휴업을 선언하는 등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하게 됐고, 이 같은 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오히려 안전한 지역으로 알려질 수 있었다. 특히 유후인은 잘 정리된 깨끗한 거리와 곳곳에 즐비한 갤러리 그리고 아름다운 하천 등의 농촌과 풍부한 온천·문화예술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최고의 관광지로 유명한데, 곳곳에 조성된 30여 개의 미술관은 행정기관이 아닌 지역 스스로 자연스럽게 생성한 것이라니 지역민의 마을만들기에 관한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유후인은 지도자와 주민의 합치된 노력이 빛을 발해 한해의 관광수익으로 2005년 기준 1백53억엔(1천2백24억원)을 기록하는 선진 농촌마을이 됐다. 또 다른 성공모델로는 연간 1백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아야초를 들 수 있는데, 이 곳은 지난 66년 고다 미노루가 정장으로 취임하면서 성공신화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야초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들은 자치행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자기 고장의 장점을 발전시키고 환경을 살려 나가는 데 공헌했다. 아야초 주민들은 「자치공민관」을 통해 지역발전에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를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여 지역 내 사회통합을 주도했으며, 지방자치의 주역은 지역의 주민이라는 점을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이 자치공민관은 3월 결산감사에 이어 4월 총회에서 임원 개편을 실시한 후 5월 하천 청소·화단 꽃 심기, 7월 소방훈련·어린이육성 간담회·경로잔치, 8월 어린이소프트볼대회, 10월 체육·마라톤·고령자스포츠 대회, 12월 교통안전운동, 1월 성인식, 2월 하천둑 불태우기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더불어 농촌관광에 있어 사람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례는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최초로 인식하고 큐슈투어리즘 대학을 설립한 오쿠니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역 농촌관광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인재이며, 이들이 바로 여기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풍부한 자연과 농·산·어촌을 무기로 가진 이 대학은 지역의 독자적인 개성을 관광이라는 매개로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발전을 추구해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학설립을 통해 지역 농업·농촌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여 지역활성화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 확보에 주력, 수강생들은 강좌를 통해 각 마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지역의 잠재된 자원들을 발굴하여 관광자원화 계획을 지역주민과 함께 마련하는 등 마을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민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 이상과 같은 일본의 농촌관광의 선진사례에서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었나? 결론적으로는 농촌다움에서 출발한 지역만의 경쟁력을 가진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사람(리더, 지역민)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민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하고 유도할 수 있느냐가 지역발전의 과제로 남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지도자와 주민간에 굳건한 신뢰 형성을 주문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도자를 신뢰할 때 지도자의 비전과 목표를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지도자가 제시하는 사업방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을 주민 간 공동체 의식이 회복돼야 할 것으로, 사업은 개인의 이익에 앞서 지역 또는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사업이므로 주민들 간의 공동체 의식 없이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주민참여가 나타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는 것이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때 지역민이 지도자를 신뢰하고 주민 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에 앞서 전제해야 할 것은 지역민들에게 지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종교 개혁자인 마틴 루터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으로 수확의 희망이 없다면 농부는 밭에 씨를 뿌리지 않고, 아이가 태어난다는 희망이 없다면 젊은이는 결혼을 하지 않으며, 이익을 얻을 희망이 없다면 장사꾼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지역민이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가능할 것으로, 아무리 이상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할 지라도 그 실체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사업초기부터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이나 혜택의 일정 부분을 주민들에게 분배하고 선진지 견학이나 교육 등을 통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주민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요하면 외부인력도 빌려라 우리 농촌은 오래 지속되어 온 이농현상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듯 인적자원 특히 젊은 연령층의 부족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마을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외부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력을 마을에 유치하는 방법, 관련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얻는 방법, 관계기관 및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받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이때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력을 마을에 유치하는 방법으로는 먼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던 도시민이 농촌에 스스로 귀농하는 경우와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형태로 유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마을에 유치된 외부 인력이 마을에 정착하여 주민들과 동화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농촌의 정서와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농촌 주민들 또한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이들을 포용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관계 기관 및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평소 이들과의 친분을 쌓거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마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고는 하지만 평소 마을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마을에 더 큰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성주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성주군의 농촌관광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성공전략이 요구된다. 이는 농촌관광에 참여하는 주민의 인식전환과 역량 확충은 물론 새로운 목표와 이미지 정립, 관련 법규 및 지원책의 정비 등의 「기반 구축」에 이은 「수익 창출」과 「성과 확산」을 의미한다. 농촌관광은 농촌지역 활성화와 농촌 문화·환경의 보존을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으로, 단순한 체험 혹은 잠자리 제공의 의미가 아니라 「농촌=고향=인정=소박함」이라는 고유의 이미지를 살려 농촌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농촌은 잠시 들러서 먹고 체험하다가 떠나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고향의 인정을 배우고 여유를 만끽하는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만의 독특한 전략을 발굴하며 이를 통한 발전 가능성을 확신하고 주민들을 설득시켜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리더십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고, 이를 곁에서 지원하는 주민들이 있어야 한다. 물론 지역에서도 지금 성공적인 농촌관광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실정에 적합한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고심, 참외농장 주위 원두막 설치·주말농장·관광농원 조성·포천계곡개발·눈썰매장 만들기·대형온천 개발 등의 과제를 제시한 가운데 일부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의 주민들은 각종 농산물 생산에는 익숙하지만 관광·서비스 등에 대한 경영마인드는 부족한 실정으로, 농촌관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독창적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하려는 전략적 판단과 열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촌관광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안목을 길러줄 교육 프로그램과 운영 초기 각종 정보를 제공해 줄 상담창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결국 기반이 구축된다면 수익 창출과 성과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1차산업인 농업을 중심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하는 2차산업, 농산물 직판장·숙박시설·음식점 경영 등 3차산업적인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해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에 의해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