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에 굴젓이 올라왔다
흰 보시기에 담긴 굴젓이 울다 지친 눈동자 같다
뻘밭 같은 생生을 살아온 울 엄매를 닮았다
남들 앞에선 늘 굴껍데기처럼 강해보였지만
당신의 생애도 팔 할은 눈물이었다
스물 둘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칠순이 넘도록 갯바위에 쪼그려 앉아 굴을 까는
울 엄매 수심愁心 깊은 바다에는
얼마나 많은 파도가 울다 갔을까
그 얼얼한 세월 동안
생굴 같은 가슴 속도 죄 삭았으리
썰물 진 아침나절부터 밀물 드는 저녁 무렵까지
죽은 막내 생각
부도난 둘째 걱정
전화 한 번 없는 무정한 큰 놈 원망하다
혼자서 글썽해졌을 그 눈동자, 생각느니
내 오십 생애도 울 엄매 눈물을 파먹고 산 세월이었구나!
울다 지친 눈동자 같은 어리굴젓
아침 밥상 위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 시집 『신발의 행자』(문학들,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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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윤 시인은 해남에 산다. 우리나라 최남단 해남은 시인들의 고향이다. 우리 문학사를 빛낸 굵직한 많은 시인들이 그곳에 마음과 몸을 두었다. 지금도 겨울에 보리밭이 있고, 붉은 흙과 땅끝마을과 바람찬 바다가 있는 그곳 해남에 김경윤 시인이 살고 있다.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삶의 깊이와 무게와 폭과 질감은 그의 고향 해남의 역사와 삶 그 자체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 시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로 씌어진 것이다. 어리굴젓을 보며 어머니의 신산한 삶의 역정을 떠올린다. ‘칠순이 넘도록 굴을 까는’ 시인의 ‘엄매의 수심愁心 깊은 바다’를 울고 간 파도는, 평생을 땅과 씨름하며 고통스럽게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들의 머리에 내리쬐던 따가운 햇볕과 다를 바 없다. ‘엄매의 눈물을 파 먹고’ 살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을까.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강하면서도 약하고 약해 보이면서도 강한 우리의 어머니들을, 그리고 우리 자신들을 아프게 떠올려야 한다.
배창환 (시인 / 성주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