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년설 선생(본명 이창민)의 장남 일정 씨의 ‘선친의 친일행위에 관한 유감표명’ 소식이 전해지면서‘백년설가요제’부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백년설가요제’는 지난 2003년 제1회 ‘백년설가요제’를 끝으로 중단된 상태다.
‘백년설가요제’가 중단된 데는 백 선생이 일제 강점기에 ‘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등 많은 노래로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과 한을 대변하고 항일정신을 불러 일으켰지만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혈서지원’등 몇 곡의 훼절가를 부른데서 비롯됐다.
일부 사회단체가 이를 빌미로 ‘친일파’라고 극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가요제가 이어지지 못했다.
성밖숲에 있는 백년설 노래비에 페인트로 덧칠을 하고 오물을 뿌리는 등의 불상사가 있었으며, 급기야는 행정수반으로부터 가요제를 열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내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역사회 갈등의 요인으로 잠복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정황들이 변하면서 가요제 부활에 대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백년설 추모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지역마다 특색 있는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상품화 하겠다는 의지와 맞물리면서 동시대 유명가수 가요제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출향인사들이 추모단체를 결성하고 다양한 추모사업을 벌이는 한편 군민화합차원에서 가요제 부활 논의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성주군에서도 참외축제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요제 부활을 절실하게 고대하고 있다.
또한 많은 군민들도 “노래는 즐겨 부르면서 가요제는 안 된다는 것은 억지춘향 격”이라며 “우리고장이 낳은 불세출의 국민가수에 대한 일각의 잘못됨만을 꼬집지 말고 보다 큰 차원에서 그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이일정 씨의 유감표명은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 지고 있다.
이 씨는 “선친이 생전에 부른 노래 중 일부분이 친일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분과 후손들이 있음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죄한 뒤 “성주군과 주민들이 염원하는 백년설가요제가 열려 군민이 화합하고 단결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백년설노래사랑모임 주설자 회장도 “일제 말기에 백 선생이 훼절가를 부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활동한 어느 가수보다 민족의식이 남달랐다”며 “유족들이 사죄한 만큼 고향인 성주에서 그를 따뜻하게 받아들여 사회단체와 유족간 화해 등 군민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최고의 백년설가요제가 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배태영 전 경희대 부총장은 기고한 글에서 “돌아온 탕자를 위해 잔치를 벌인 아버지의 마음으로 백년설을 받아들이자”고 촉구했다.
언제까지 지역사회가 이 문제로 갈등을 겪을 수는 없다.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열린 마음으로 용서와 화해를 도모하고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군민의 몫이다.
/서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