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古典). 오랜 세월 온갖 비평을 이겨내며 널리 애독되어서일까. 그에게는 걸작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사전 속 고전을 살펴봐도 `모범, 영원성, 예술작품`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이렇듯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뭘까. 궁금하다면 고전을 직접 펼쳐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막상 읽으려고 보니 길게 늘어선 한자(漢字)에 먼저 놀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모르는 한자나 읽는 법은 차근차근 배우면 된다. 다행히 지역 내에 고전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 수준에 따라 매주 무료 강의를 실시하고 있는 `고전학습회`가 그 곳이다.
지난 6일 오후 7시, 문화원 내 향토사연구실. 때마침 고전학습회 초급반 강의가 한창이었다. 이날 교재는 소학(小學) 입교(入校) 편. 30∼50대 수강생들의 귀는 하나같이 쫑긋했다.
한문을 찬찬히 풀어나가는 강사의 설명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손놀림도 분주했다. 모르는 한자의 음과 뜻을 적어 놓아야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수업은 옛날 서당에서의 교육 방식과 같다. 제일 먼저 한자 하나하나를 익힌다. 음을 공부하고 나면 몇 번이고 소리내어 읽는다. 강사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수강생들이 한 목소리로 흥을 더한다. 음을 어느 정도 익혔으면 이제는 고전 속에 담긴 교훈을 배울 차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뜻풀이 역시 여러 번 강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행간의 깊은 뜻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날 학습 내용은 입교 편 중 `효(孝)와 어버이를 섬기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집에 머물면 공경을 다하고, 봉양하면 즐거움을 다하고, 어버이 병들면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시면 슬픔을 다하고, 제사지낼 때 엄숙함을 다해야 능히 어버이를 섬긴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익힌 내용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한자를 전혀 모르면 수업 참여가 어렵겠구나`라는 걱정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임을 11년째 이끌고 있는 강희대(62) 강사의 생각은 다르다. 강 강사는 "한자를 몰라도 오랜 시간 여러 번 반복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면서 "고전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환영한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가 풀어놓는 고전의 가치는 다양하다. 현재의 풍습과 문화, 지식, 윤리, 예의범절 등이 고전에서 비롯됐음을 특히 강조했다. 옛 조상들의 행동강령과 도덕적 양심이 시대를 초월하는 교훈이 될 만큼 몸으로 익히고 배워야 할 내용이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수강생 역시 고전을 인성과 도덕의 근본으로 바라봤다. 대구 칠곡에서 수강하러 온 이규용(59 현직 교사)씨는 "학생에게 인성을 가르치기 전 먼저 배우기 위해 소학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자녀의 인성교육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소를 불문하고 꼭 한 번 읽어 볼 것"을 권했다.
소학 강독의 초급반 수업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진행된다. 소학을 배우고 나면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시경, 서경 등을 수준별로 배울 수 있다. 고전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 고급반을 택해도 된다. 현재 매주 화·목요일 오후 7시 향토사연구실에서 서경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강료는 없으며, 수업에 필요한 교재만 구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