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구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입니다. 그곳 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은데 당연히 가능하겠죠?” “죄송합니다. 정원이 한정돼 있어, 전학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즉시 답변을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관내 고등학교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때 성주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며 떠났던 아이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학생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은 특성화 프로그램, 장학 및 대입제도(농어촌 전형 등), 최신식 시설 등이 대도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관내 전학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이다. 이 탓에 지역 고등학교는 도시에서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문의 전화 폭주
올해는 유독 관내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려는 학생 부모의 전화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내용은 전학 가능 여부와 전학 시 학생들이 받게 될 혜택 등이다.
김진헌 성주고 교무부장은 “자리만 비면, 전학을 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전국에 수두룩하다”며 “본교는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3∼4년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익수 성주여고 교무부장은 “본교가 농촌 학교로는 드물게 7년 연속으로 서울대생을 배출하면서,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유명세를 탔다”며 “외부에 본교가 많이 알려지다 보니, 전화 문의뿐만 아니라 학교 홈페이지에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병완 명인정보고 교무부장도 “한 달에 전학관련 문의가 전화로만 5통이 넘는다”며 “전학을 문의하는 학생 일부는 본교 일반전형에서 떨어진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도시에서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고 말했다. 또 “전학 기준과 정해진 학생 정원 때문에 무작정 학생들을 다 받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전학생은?
관내 4개 고등학교 가운데 올해 가장 많은 전학생을 받은 학교는 성주여고다. 여고는 2009학년도 신학기(3월) 후 벌써 5명이나 전학생을 받았다. 전학생은 대구 3명, 안양(수도권) 1명, 부산에서 귀농한 1명 등으로 지역도 각양각색. 귀농한 1명을 제외한 4명의 여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성주여고에 입학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에도 인근 대도시에 재학 중인 여학생 2명이 성주여고에 전학하기 위해 상담을 받고 있어, 전학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주고는 올해 1학년 2명(대구, 대전), 2학년 1명 등 총 3명을 받았고, 명인정보고도 1명의 학생(디지털애니메이션과)을 받았다.
△왜 역 전학 하나?
지역 고등학교는 도시 학생들이 성주로 역 전학 하는 원인에 대해 차별화된 교육, 쾌적한 학업분위기 조성, 다양한 장학 및 대입제도 등을 꼽았다.
권순박 성주고 교장은 “본교는 타 지역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고,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돼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도시 학교로 전학을 가봐도, 지역의 고등학교보다 시설이나 교육면에서 낫다는 평가를 못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재천 명인정보고 교장은 “지난 2007년 본교가 도 교육청으로부터 특성화 고등학교로 선정돼 디지털애니메이션, 문화컨텐츠, 마케팅물류 등의 과를 개설, 전문화된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다른 학교와의 차별화된 교육과 높은 취업률 때문에 더욱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선태 성주여고 교장은 “기존에 학업을 위해 무작정 도시로만 발길을 옮기던 학부모들이 이제 자연환경 혹은 심성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여건을 찾고 있고, 실제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