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달은 정부가 나라의 존립과 유지에 희생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애국정신을 함양하는 기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념이 세월이 지날수록 점차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중장년층은 그나마 낫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안보에 대한 정의조차 심어지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안보관련 단체는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 성주군지회. 420여명의 회원 모두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뜨거운 열정과 안보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 이에 기자는 6.25참전유공자 성주군지회 회원 가운데 한 명의 집을 찾았다. 주인공은 바로 정인식(77) 사무국장. 그의 집은 수륜면 소재지에서 별로 멀지 않다. 집으로 들어서니 마당이 보였다. 아담하게 생긴 마당은 다수의 개만 보일 뿐, 평온 그 자체였다.
“제가 소지하고 있는 물품 중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물품은 항상 문중에 보관해 놓고 있어, 집사람조차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의 집안으로 들어가 봤다. 그러나 특별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가 주섬주섬 몇 개의 보따리를 내놓았다. 보따리 안에는 우표, 옛날 돈, 복권, 담뱃갑 등으로 가득했다. 이중 가장 많은 물품은 단연 우표. 대부분이 1970년부터 1988년까지 발행된 우표다.
낱개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지로 된 것이 많았다. 그는 “처음 우표 수집을 하게 된 이유는 자녀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며 “그러다 보니 흥미가 생겼고, 결국 우표뿐만 아니라 다른 물품까지도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파란색 ‘솔’을 비롯한 ‘환희’, ‘은하수’, ‘청자’, ‘도라지’, ‘태양’, ‘샘’, ‘거북선’, ‘학’, ‘한라산’, ‘파랑새’ 등 옛 담뱃갑도 목격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담뱃갑을 모으게 됐다”며 “조금씩 모은 담뱃갑이 지금은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흐뭇해했다.
이 밖에 조선은행에서 발행한 1·5·10원짜리 동전, 주택복권(1∼700회), 전문 수집가들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88올림픽 기념 금쟁반도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방 안쪽에는 수십 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적이 많았다. 책의 이름을 살펴보니 한글 대장경, 동의보감, 역사소설(이광수), 세계사, 한국문학 등 100여권이 넘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재미도 쏠쏠하다”며 “평소 책을 좋아해 조금씩 사서 보관했다. 그러다 보니 이만큼 많아졌는데, 이제는 좋은 곳에 기증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이날 오후 우표와 엽전 등을 또다시 문중에 맡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프로필
△1951년 공군입대 △1962년 공군 제대(상사) △1988년 정년퇴직 △現 6.25 참전유공자 성주군지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