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도하신문이 우리나라가 수출 2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그래서 세계랭킹 제10위의 수출 강국이 되었노라고 보도한 것을 보았다. 앞으로의 국가 목표는 10년 내에 4000억 달러에 이르는 한국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면 자동차로부터 TV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공산품을 보다 값싸게, 보다 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품질과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우리의 기술력이 먼저 세계에서 선진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목적을 조기에 달성하려면 정치 분야는 쓸데없는 정쟁을 지양하고, 과학기술자는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첨단기술의 개발에 전력투구를 해야 하고, 생산현장에서는 지나친 임금투쟁을 자제하는 가운데 모든 상품의 마무리를 잘 해야 하지 않을 것인지? 어떻든 우리나라는 우수공산품을 만드는 나라, 잘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나라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다. 1960년 봄. 자유당이 몰락하기 1년 전, 내가 농림부에서 수습행정관으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그 전 해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은 겨우 4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것도 홍콩으로 수출한 생돼지와 돈모 그리고 미 8군에 판매한 계란 등 농산품이 그 주된 내역이었다. 이 무렵 미8군 위생관측으로부터 우리가 군납한 계란에서 생선냄새(fishy flavor)가 많이 나고 또 간혹 난황에 혈액 반점이 있다고 클레임이 들어왔다. 그래서 농림부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급한 나머지 양계업자들을 모아 놓고 어분이나 생선찌꺼기 같이 냄새가 나는 사료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 꼭 사용해야 될 때는 3% 미만으로 제한해서 계란에 생선냄새가 이행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지의 기술 강습회를 전국에 산재한 양계단지를 돌면서 개최하였다. 나는 이때 이런 일로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배합사료의 생산이 거의 없고, 영세한 양계업자들이 사료를 자가 배합하던 시절이니 일차적으로 양계농민의 애국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미 8군으로부터 우리나라 계란의 품질문제로 한국산 계란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가 왔다. 백방으로 수소문 했더니 우리 계란 대신에 일본산 계란이 미 8군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놈의 생선냄새 좀 나기로서니 좀 참으면 그만일텐데, 미군은 그런 참을성도 없는가 했으나 상대는 우리가 아닌 외국인들이었다. 일본 계란이 부산 부두에 들어오는 날, 나는 윗사람들에게 허락을 받고 계란을 하역하는 부산부두로 내려갔다. 몇 사람의 부두 노무자를 만나 막걸리를 같이 하면서 근간에 무슨 상품을 하역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일본에서 들어 온 계란이라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를, 아니 우리나라를 도와 줄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분들이 알았다고 대답하고 나보고는 막걸리 값이나 좀 주고 서울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후에 알게 된 얘기는 이렇다. 일차적으로 그 부두 노무자들이 계란상자를 하역할 때 땅바닥에 내려치는 등 거칠게 다루어서 파란이 많이 생기게 했다는 것이다. 이차적으로 도로포장이 안 되었던 때 육로수송을 하면서 진동을 입어 미군부대에는 많은 계란이 깨지고 거의 계란껍질만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 8군 당국에서는 하는 수 없이 생선냄새가 좀 나더라도 한국산 계란의 군납을 재개하기로 변경을 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부산부두에서 일하던 그 노무자들의 애국심을 잊을 수가 없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