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에 나는 사무관급인 기좌(지금의 연구관)로 임관되어 성환에 있는 중앙축산기술원 중소가축계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사료사정이 나쁜 때여서 자급사료 공급책 수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였다. 우리 계에서는 고구마 사일리지를 제조하기로 하고 대량의 고구마를 재배 생산하였다. 일정량의 강피류와 고구마를 혼합하여 이른바 ‘서강사일리지’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기는 해도 트랜츠 사일로도 몇 기를 만들고 고구마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고구마 수확의 계절이 되어 트랙터로 캐낸 고구마를 트랜츠 사일로 앞에 산더미 같이 쌓아두게 되었다. 나는 평생 그렇게 많은 양의 고구마를 본 일이 없었기에 그저 신기하기만 하였다. 숙직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캐다 놓은 고구마가 잘 보관되어 있나,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밤중에 고구마 야적장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구마 가마가 슬슬 기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누구야?” 소리를 지르면서 그 움직이는 고구마 가마를 발로 찼다. 고구마 가마니를 지고 있던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니고 바로 숙직하던 기능직이었다. 야단을 칠까 하다가 그냥 가져가라고 하고 앞으로는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하는 수준으로 이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때 내가 근무한 기술원에는 시험돈사가 10여 동 있었다. 보유하고 있던 실험용 돼지도 수백 마리에 이르렀다. 종축관리 담당자에게 모돈, 웅돈, 육성돈, 자돈별로 모두 몇 마리 있느냐고 물었더니 정확하게 대답을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돼지의 총수를 계수하기로 선언하고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직원들을 총동원해서 돼지 마리 수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랬더니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중돈 5두가 나타났다. 무슨 이유로 여태까지 장부에 올리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였더니 “이것들은 모두 한계장님의 돼지입니다”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즉시 장부에 올리라고 지시하고 담당자로부터는 시말서를 받고서야 이 사건을 종결하였다. 하루는 종돈용 사료가 떨어져서 사료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이상한 서류가 한 건 나에게 전달되었다. 결코 수령한 일이 없는 강피류 한 트럭분을 받은 것으로 싸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짐승에게 먹여야 할 사료를 트럭단위로 빼돌린 케이스다. 도대체 이런 방법으로 사료를 처분해서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모르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이런 사료를 받은 일이 없음”이라고 쓴 다음 싸인을 해서 서류를 돌려보내고 말았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그리고 기가 막히는 일에 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나를 유학의 길에 오르게 하였고 귀국해서도 다시는 시험장이나 행정부에 가서 일하지 않기로 작정하는 까닭이 되었다. 지금은 이런저런 잘못된 관행과 부정비리가 말끔히 없어졌으리라고 믿어 본다.
최종편집:2025-07-09 오전 11:47:42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