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윤(31) 벽진중학교 수학 교사. 그는 올해로 교편을 잡은 지 4년 됐다. 언뜻 보기엔 말 없고 수줍은 아가씨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깨소금 쏟아지는 결혼 5개월 된 신혼이다. 키 165cm 몸무게 50kg으로 가녀린 몸매를 지녔지만 학생들을 생각하는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 그는 삼성 고른기회장학재단에서 시행한 ‘꿈을 키우는 고른 기회 멘토링’ 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타는 기염을 토했다. 밥을 먹다 재단 측으로부터 수상소식 전화를 받은 그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먹던 밥도 치우는 마음 여린 교사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유독 아름다운 그에게 교육 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벽진중학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전교생은 49명, 교직원은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과 교사 8명, 행정실 2명, 교무보조 1명 등 모두 12명이다. 벽진중은 도시 학교에서 누릴 수 없는 특권이 많다. 학교 뒤뜰로부터 울려 퍼지는 새소리와 나뭇잎 밟는 소리 등 너무 많다. 도심 학교는 자동차와 공장 돌아가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듣는데, 여기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모든 학생이 착하고 순수하다. 또 본교 중앙현관에서 확 트인 운동장을 바라 볼 때는 이 세상 모두를 가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삼성고른기회재단에서 실시하는 장학멘토링 사업 중 하나인 꿈장학(초중고)은 무엇인가?
-학업, 예·체·기능 및 기타 특정 분야에 소질과 가능성이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멘토(교사)와 함께 꿈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매년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 및 갱신되는데, 중학생은 매달 학습비 명목으로 15만원(연간 180만원)이 지급된다.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벽진중 학생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인 바로 임동건·김흰눈 학생(3학년). 동건이는 2008년부터 했고, 흰눈이는 올해부터 하고 있다.
△꿈장학생 멘토를 하게 된 동기는?
-2007년 하반기 한 선생님이 삼성고른기회재단에서 하는 각종 장학사업이 있는데, 생각 있으면 신청해보라고 했다. 2006년 벽진중으로 첫 발령을 받은 나로서는 무조건 열심히 하고 싶었다. 멘토를 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희망과 자신감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우연한 기회를 통해 현재 두 꿈장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추후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
△멘토링 수기 공모에 응모하게 된 계기는?
-작년 제1회 멘토링 수기 공모 시상식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근데 이상하게 유독 눈길을 끄는 수상자가 있었다. 바로 경북공고(대구)의 황인철 교사였다. 그 교사가 상을 받으러 단상에 오르자 그 자리에 있던 대여섯 명의 제자들이 환호성과 함께 휘파람을 불었다. 이 광경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부러웠다. 그래서 내년에는 우리 학생들과 함께 시상대에 오르고 싶어, 응모하게 됐다.
△힘든 적은 없나?
-멘토링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아직 멘토링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물론 사전 지식과 경험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수줍음 많은 동건이의 성격 탓에 자연스러운 소통이 힘들었다. 그래서 동건이와 함께 할 기회를 자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학교 안에서는 선생님이지만, 밖에서는 친구처럼, 때론 친누나처럼 다가가며 친밀도를 높여나갔다. 그러자 동건이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문 위주로 툭툭 끊기던 대화에서 설명과 묘사, 주장까지 하는 동건이로 변신했다.
△힘들게 교사가 됐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어머니가 상주에 있는 한 사립학교에서 가정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교사는 보람
있는 직업이라며 권유했다. 그렇게 교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사범대를 진학해 임용고시를 쳤지만 연거푸 낙방했다. 3번째 떨어졌을 때는 “이제 그만 포기해라”는 말까지 들었다. 네번째 도전도 실패. 결국 다섯 번째만에 비로소 교사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기쁜 나머지 펑펑 울었다. 힘들게 교사를 한 탓인지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학생들에게 어떤 교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 자아를 심어주고, 그 희망의 근거를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교사. 그런 멋진 교사가 되고 싶다. 본교에서는 이성순·정광수 선생님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과학을 맡고 있는 이 선생님은 학생들을 통솔하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또 국어 담당인 정 선생님은 부드럽고, 다정다감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생활 환경 등으로 인해 다소 위축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세워 전진해 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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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1979년 대구 서구 출생 △경운초 졸업 △죽전여중 졸업 △경덕여고 졸업 △대구대학교 수학교육과 졸업 △경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수학과 졸업 △2006년 벽진중 첫 발령 △교실수업개선 道 교육감 표창△現 벽진중학교 수학 교사 겸 경북대학교 박사 2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