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자(70) 한국부인회 성주군지회장. 지역 주민 대부분은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첫 번째는 주설자 성주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과 둘도 없는 단짝 친구, 두 번째는 소리 소문 없이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이런 그가 지난 1일 경산에서 열린 ‘경상북도 자원봉사자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이 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곳곳을 누비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자 경북도가 매년 23개 시군으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시상하고 있다.
비록 은상이지만 대상을 탄 것처럼 감격스럽다는 그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 유독 아름다웠고, 인간미도 넘쳤다.
△은상 수상 소감은?
-상을 타게 될 줄은 몰랐다. 꿈만 같다.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분이 좋았다. 성주뿐만 아니라 경북 도내에는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제치고 수상하게돼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이 모든 영광은 한국부인회 성주군지회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돌리고 싶다.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무려 30여년전의 이야기다. 이웃집에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그는 돌봐주는 자녀도 없이 매일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그 할머니를 돕기 시작했다. 근데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그 후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하게 됐다.
△지회장님이 생각하는 봉사는?
-사전적인 의미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쓰는 것이다.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봉사의 정의는 특별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봉사는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봉사를 한다고 하면 어떤 이들은 “생색내기가 아니냐”라고 하기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봉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보면 보람은 물론 생활의 활력소까지 얻을 수 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물론 많았다. 관내에 언어장애인(벙어리)이 있었는데, 그분에게 도움을 주려고 집을 찾았는데 매번 거부당했다. 분명히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근데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봉사자들을 경계했다. 처음엔 그냥 다른 사람을 찾아 봉사할 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차마 그렇게는 못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가니 드디어 그도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들이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발생한다. 이럴 때는 마음이 아프다.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봉사를 하고 난 후에는 항상 보람을 느낀다. 그 가운데 기다려주거나 반겨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더욱 그렇다. 소년소녀가장을 주기적으로 보살펴 준 적이 있는데, 이들이 결혼하는 걸 보면 왠지 뿌듯하다. 또 처음에 도움 받기를 싫어했던 이들이 나중에 이를 수용했을 때는 눈물이 난다.
△한국부인회 성주군지회는?
-한국부인회는 효율적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단체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적당한 인물이 있으면 물러줄 생각도 있다. 당시에는 44명의 회원들이 가입돼 활동했는데, 현재는 33명뿐이다. 40∼60대의 회원들이 대부분이며, 미혼 여성은 가입하지 못한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는 학교 장학사업,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가장 돕기, 동거부부합동결혼식을 위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앞으로는 자녀인성교육 등 그 범위를 넓히고 싶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남은 일생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고 싶다.
△지역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단지 시작이 조금 어려울 뿐이다. 지역 주민들이 봉사를 너무 어렵다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봉사는 돈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있으면 그 누구라도 가능하다.
강승규 기자
◆프로필
△1939년 성주읍 출생 △성주초(41회) 졸업 △성주중(10회) 졸업 △영남여자기술고등학교 졸업 △중앙초·성주여고·성주고 학교 어머니회장 역임(13년) △2000∼2005년 성주군여성단체회장 △성주중고등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박약회 부회장 △성주 이씨 여성회장 △도 지사 및 교육감 표창 다수 △ 한국부인회 성주군지회장